두 번 군대 가는 남자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11.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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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립이 하고 싶어
입대 위해 하루 13시간 공부

 

 남자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 중 하나가 재입대하는 꿈이라고 한다. 그런데 악몽 속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남자가 있다.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떠는 와중에도 눈빛만은 사뭇 진지했다. 도서관 조명 아래에서 짧은 머리를 쓸어 내리고 있는 그의 눈이 젖어 보였던 건 기자의 착각일까.


-머리가 시원해 보인다.
“원래 머리가 긴 편이었는데 불편해서 잘라버렸다. 짧으면 머리를 감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안 그래도 곧 군대에 가려 하니 머리를 시원하게 민 것이다.”
-군대에 갈 나이처럼 보이진 않는데.
“전역한 지는 1년 정도 됐다. 사회에 나와 보니 군대만한 곳이 없더라. 공군 부사관으로 재입대하려고 한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남자들은 기겁을 하면서 뜯어말리려 한다. ‘니가 싸이냐. 군대를 왜 두 번 가냐’며 이해를 못하더라.(웃음) 그래도 내 꿈과 재입대를 하는 동기에 대해 자초지총을 설명하고 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부모님이 걱정하실 만도 한데.
“아무래도 최근 군대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많아 어머니가 걱정을 하신다. 간신히 설득에 성공했다. 오히려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게 어려웠다.”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했나.
“재입대에 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아버지가 계신 필리핀으로 찾아갔다. 예전에 군생활을 할 때도 아버지와 상담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가 재입대할 경우 대학 졸업을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셨다. 내가 계속 공부하길 원하시더라. 그래도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나. 결국 아버지도 설득했다.”
-입대를 결심한 사연이 있는지.
“제대하고 나서는 남들처럼 활개를 치며 놀기만 했다. 실컷 놀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물음표가 그려지더라. 그때부터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인생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번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군대에 가려고 한다. 살면서 이렇게 적극적이었던 적은 처음이라 스스로도 많이 놀랍다. 지금이 바로 그 첫 단추를 꿰려고 하는 순간이다.”
-꿈이 무엇인가.
“전투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기판을 조립하는 것이 꿈이다. 전투기 설계에 매료됐다. 각종 기계에 대해 공부해보니 비행기만큼 다양한 부품이 정교하게 들어가는 기계가 없었다. 하나의 예술이라고 본다. 내가 만든 전투기가 비행한다면 마치 내가 직접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군대에 대한 거부감이 없나보다.
“거부감이 없을 순 없다. 사실 이등병 시절 군대에서 많이 맞았다. 부사관으로 가더라도 상관으로부터 받을 스트레스 때문에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쌓아온 내공을 믿고 싶다. 첫 번째 입대에서 이미 스트레스를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웃음)”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이룰 수 있는 꿈인데.
“항공사에 취업할까 생각도 했는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스펙이 참 많았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에서 너무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군대처럼 잘 재워주고 먹여주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 냄새가 진한 곳이 없다.”
-사람 냄새라니.
“고된 일이 있더라도 동료들과 땀 흘리고 서로 위로하면서 따뜻함을 느꼈다. 힘든 일을 겪더라도 금방 잊을 수 있게 해 준다.”
-입대 전 무엇을 할 계획인가.
“일단 생활비를 버는 게 급선무다.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삽질을 잘 배운 덕분에 공사판에서 십분 활약하는 것 같다. 삽자루 하나를 들어도 자세가 나온다고 칭찬을 받았다. 생활비를 벌면서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다.”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
“기본적으로 부사관 필기시험을 준비하지만 전투기 조립에 관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프로그래밍과 물리도 공부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의 경우 국내에 전투기 조립에 관한 권위자가 많지 않다보니 원서를 읽으려면 영어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쉽지 않은 시험인 것 같다.
“공사판 일보다 시험준비가 더 힘들다. 여기에 가산점을 받기 위해 한국사와 한국어능력 검정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최종 관문인 체력시험까지 총 6개의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요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하루 공부량이 얼마나 되나.
“야행성 동물처럼 새벽에 공부를 한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도서관에 와서 새벽 3시쯤 집으로 돌아간다. 군대 가는데 왜 이렇게 많이 준비하나 싶기도 하지만 완벽을 기하고 싶다.”
-부사관 시험에 합격한 뒤 계획은.
“군대에서 목표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항기 조립 분야까지 나아가고 싶다. 군대에서 전문직으로 경력을 쌓다가 가능하다면 경력직으로 항공사에 입사할 생각이다. 유명 항공사에서 근무하시는 분 얘기를 들어보니 특별채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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