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믿음을 보여줄 수 있다

지역적 색채 빼고
함께 발전하는 밑거름 될 수도

  2008년, 고려대와 세종대가 법적공방을 벌였습니다. 고려대가 서창캠퍼스를 세종캠퍼스로 바꾸면서 세종대가 명칭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걸었던 일인데요. 고려대는 대학의 비전 및 발전에 있어 의미가 있다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캠퍼스 명칭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년 전 중앙대는 본·분교가 통합돼 2012학년도부터는 서울캠과 안성캠의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안성캠을 지칭할 말이 필요하죠. 그러나 다른 명칭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서울캠, 안성캠으로 부르는 것은 두 캠퍼스를 지역에 따라 구분 짓는 것입니다. 일종의 선긋기랄까요. 마치 본교와 분교가 있는 것처럼 부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봤듯이 캠퍼스 명칭은 캠퍼스를 지칭하는 단순한 기능보다는 비전과 성격이 뚜렷한 대학임을 드러내는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희대의 경우 2007년 수원캠퍼스의 명칭을 국제캠퍼스로 바꿔 국제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동시에 세계적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담이나 특강, 특별활동 등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건국대도 2011년에 충주캠퍼스를 글로컬캠퍼스로 바꾸고 명칭에 걸맞게 맞춤형 글로벌 해외연수·학위 취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캠퍼스 명칭 변경은 해당 캠퍼스의 비전을 보여주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성캠 공동화와 관련된 소식이 종종 들려옵니다. 비전이 필요합니다. 캠퍼스 명칭 변경은 안성캠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첫 단추일 수 있습니다.

명칭 변경만이 능사는 아니다

캠퍼스의 특징이 담겨야
당장 명칭을 바꾸긴 일러

  안성캠퍼스는 약 30년 동안 ‘안성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어찌 보면 안성캠이란 이름도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랜 기간 안성캠이란 명칭이 사용돼 온 만큼 이 명칭을 바꾸는 일에 반대하는 여론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캠퍼스 명칭 변경은 해당 캠퍼스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한양대의 ERICA캠퍼스(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 Ansan)도 학연산클러스터캠퍼스라는 특징을 반영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경희대의 국제캠퍼스 역시도 기존의 수원캠퍼스에 국제화 프로그램을 강화해 국제화 교육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죠. 그러나 현재 안성캠 명칭 변경 후보로 나온 ‘다빈치캠퍼스’, ‘블루캠퍼스’등에는 이러한 캠퍼스 고유의 특징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캠퍼스의 특징을 반영한 이름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신캠퍼스 건립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 미리 캠퍼스의 특징이 반영된 명칭을 바꾸긴 애매할 것 같습니다. 만일 신캠퍼스가 건립되면 그곳에는 기존의 안성캠과 서울캠에 있던 학문단위들이 이동하게 될 텐데요. 아직 어떤 학문단위가 신캠퍼스로 옮겨갈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안성캠의 명칭을 캠퍼스의 특징이 담긴 명칭으로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만약 바꾼다고 한다면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도 애매합니다. 단지 안성이라는 지역 이름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캠퍼스가 더 발전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만일 안성캠의 발전을 위해 명칭을 바꾸려는 것이라면 다른 방안을 찾는 게 옳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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