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없이는 자신의 모습을 못 보듯 사람은 자기 인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자신의 삶을 글로써 타자화시키곤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좀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것이다. 캠퍼스에서도 인생 고민에 천착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들은 진실된 친구와 고민을 나누거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3년째 이어오는 우정
서로 멘토가 돼 고민을 나누다

  어렸을 적 벽에 그어진 볼펜자국들은 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곤 했다. 이처럼 자신의 내적인 성장을 가늠해주는 지표가 있다면 더없는 행운일 것이다. 먼 고향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왔다는 두 여학생은 친구로서 서로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진로와 삶에 대해 기탄없이 충고를 주고받는다는 그들은 등나무 벤치에 마주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 다 즐거워 보인다.
A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더니 기분이 들뜨네요.
-오랜 친구 사이인지.
A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3년 친구예요. 고등학교 동창이라 같은 기숙사에서 살았죠. 학과는 다르지만 둘 다 중앙대에 입학했고요.
B 둘 다 제주도에서 상경했어요. 의도하진 않았는데 자취방을 계약하고 보니 위치도 가까웠어요. 심지어 이름도 한 글자 빼고 똑같아요.(웃음)
-동향 사람들끼리는 끈끈한가.
A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이 있어요. 친구끼리 편하게 사투리로 대화할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랄까요.
B 저는 반대예요. 한 학년에 100명을 넘지 않는 작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취향과 성격이 비슷한 친구를 찾기 쉽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울에 오고 저와 맞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죠. 물론 정이 가는 쪽은 이 친구처럼 고향 사람들이지만요.
-두 사람은 어떻게 친해졌나.
B 사실 1,2학년 때에는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이 친구와 급격히 친해졌죠.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점이 같았는지.
A 수능 공부를 하면서도 ‘이 공부가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생각이 복잡해져서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기숙사를 거닐고 있었는데 얘도 마침 나와 있는 거예요.
B 마찬가지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차여서 참 반가웠어요. 서로 정신없이 우리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죠.
-같은 대학까지 왔으니 자주 만나는 편이겠다.
B 우연히 마주치는 것 말고는 거의 못 보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많이 바쁘거든요.
A 학과 행사나 대외활동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서로 연락만 하고 많이 못 보게 됐어요. 오늘 우연히 친구를 지나쳤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얘를 찾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녔어요. 통화중이던 친구를 겨우 찾았죠.”
-그동안 사이가 소원해진 건지.
A 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거의 1년 만인 것 같아요.
B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고향 친구다보니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그저 반가운 기분이 들어요. 오히려 더 편하고 가까워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하는가.
A 사소한 이야기도 다 해요. 진로나 휴학처럼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연애나 최근 들었던 수업과 같이 일상에 대한 대화도 하죠.
B 한 명이 그간 자기가 지냈던 이야기를 요약해 죽 풀어놓고 나면 다른 한 명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이렇게 서로의 안부를 말한 뒤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돼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B 미래의 진로에 관해 상의하고 있었어요.
-진로를 물어도 되나.
B 학창시절에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분야에 진출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생이 되니까 시시해 보이더라고요. 최근에는 패션 쪽에 관심이 생겼어요. 나중에 패션 브랜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A 학과 전공을 살려 광고 쪽 일을 하려고 해요. 하지만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서 복수전공으로 연극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동아리나 각종 학과 행사에서도 연극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연극을 할 때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에너지를 발산할 땐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요.
-저학년인데 진로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A 고등학교 때 진로를 다룬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어요. 시간이 지나니 지금은 다양한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더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지만요.
B 예전에는 학점에 관심이 쏠려서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 진로 컨설팅을 받고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관심 영역을 넓혀갔죠.
-과거에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A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구체적인 것 같아요. 고3시절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대학 입시 제도에 불만을 쏟았다면 요즘은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B 항상 모두 같은 것에 열중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어요. 대부분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쉬운 수업만 골라 듣잖아요. 저는 그런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등록금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요.
-벗으로서 서로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A 보통 누구에게 사람을 자랑하는 편이 아닌데 이 녀석은 자랑하고 싶은 친구에요. 처음에는 성격이 우직하고 단순해 보였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집중력 있게 파고들더라고요. 늘 자랑스러운 친구죠.
B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엄마처럼 포근해요. 제 이야기를 다 풀어 놓으면 얘가 조언을 해주고 충고도 해 줘요. 참 편한 친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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