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食道),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장으로 전달하는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영진 학생의 식도는 자꾸만 지나가는 음식물의 행선지를 헷갈리게 만들곤 한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배회하던 음식물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자꾸만 왔던 길을 거스르려는 음식물들의 반란은 과연 진압될 수 있을까.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른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모든 만물은 이러한 자연의 대법칙에 순응하며 살아 왔다. 만약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영진 학생(광고홍보학과 3)은 계속되는 위액의 반란으로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잦은 헛구역질과 속쓰림 증상으로 고생하는 그녀가 김재규 교수(소화기내과)의 진료실을 찾았다.
-식도염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쓴맛이 느껴진다거나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정도의 통증이 가슴에 느껴질 수 있어요. 식도 내에서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연하곤란 증세도 있을 수 있죠. 갑자기 속이 메슥거려 헛구역질을 할 수도 있고요.”
-선천적으로 소화 기능이 약한 체질이라고 생각해서 병원에 잘 가지 않았어요.
“학생 스스로 단순 소화불량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돼요. 많은 환자들이 이상증세를 느껴도 가벼운 증상이라고 여기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요. 검사를 해보고 막상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당황하죠.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는데 식도염 판정을 받은 환자도 있어요.”
-식도염은 현대인의 질병인가요.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식도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사회적 스트레스도 식도염 발병률을 높이는 데 한몫 하고 있죠. 과거 한국에는 기름진 음식이 적었어요. 게다가 과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상황이 되지 못했고요.”
-스트레스가 식도염의 원인이 되나요.
.“의학계에서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심리적 요인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기 때문에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트레스가 식도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봐요. 식도염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질병이거든요.”
-구체적인 발병 원인을 알려주세요.
“식도염의 주된 병인은 잘못된 식습관이에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인 하부식도 괄약근이 이완돼요. 종국에는 위액이 역류하죠.”  
-식도염은 종류가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염증의 유무에 따라 2가지 종류로 나뉘어요.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점막에 궤양이나 염증이 생긴 것이 분명하게 확인되면 역류성 식도염, 보이지 않는다면 비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해요.”
 
▲ 내시경 검사를 통해 미세한 염증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저는 어떤 식도염인가요.
“영진 학생은 하나의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상태에요. 식도염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수면 내시경 검사에서는 심각한 염증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증상이 가벼운 소화불량에 해당되는 경우일 수 있죠. 평소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네요.”
-식사를 제때 하지 않는 편이에요.
“대학생의 상당수가 빡빡한 수업 스케줄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죠.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저녁 때 폭식을 하게 되면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위 기능을 저하시키는 지름길이에요.”
 -밥을 먹고 곧장 자리에 눕기도 해요.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은 식도염 발생에 불을 지피는 행동이에요.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위에 부담을 주게 되거든요.” 
-가끔 몸이 무기력하고 체력도 떨어진것 같아요.
 “잦은 헛구역질과 소화불량으로 종종 무기력감을 느꼈을 거예요. 실제로 다른 식도염 환자들도 무기력감과 몸살 기운을 쉽게 경험하죠.”
-술이 약한 편인데 음주가 식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나요.
“과도한 음주는 음식물과 위액의 역류를 조장해요. 최악의 경우에는 식도염이 발생하는 거죠.”
-주변에서 식도염으로 사망한 사람을 봐서 걱정돼요.
“단순 식도염으로 죽음에 이르긴 쉽지 않아요. 아마 다른 질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분이었을 거예요. 식도염이 위암으로 발전할 것을 걱정하는 환자도 보았는데 소화기 질병으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는 사례는 흔치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식도염 증상으로 입냄새가 날 수 있나요.
“입냄새의 주범은 구강외과적인 부분이에요. 치과 질환이 없는경우에 식도염으로 입냄새가 났다는 환자는 아주 드물어요. 본인이 입냄새가 난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식도염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증상이 확인된 환자에게는 우선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제를 처방하고 있어요.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죠. 간혹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은 약을 장기적으로 처방해요. 영진 학생도 처방해준 약을 꼭 복용하세요.”
-식도염은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하던데요.
“식도염은 약만 잘 먹어도 금방 낫는 질병이에요. 그러나 재발 가능성이 상당한 병마이기도 하죠. 환자의 70~80%가 재발했다는 통계가 있어요. 호전되었다가도 금세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니 환자 본인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요.”
-내시경 검사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내시경 검사에 지레 겁을 먹는 환자들이 있어요. 하지만 수면 내시경 도중에는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 없어요. 통증을 느끼게 되더라도 마취가 깬 후 잠깐 뿐이에요.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수면 내시경 방법을 선택하고 있죠.”
 
▲ 증상의 자세한 원인을 알기 위해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했다.
-피해야 할 음식이 있나요.
.“우선 식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름진 음식과 초콜릿, 박하사탕 같은 고당도의 음식은 피해주세요. 인스턴트 음식, 카페인, 알콜, 탄산음료, 흡연, 과식도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비만인 사람들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식도염을 개선하는 데 유익한 생활 수칙도 궁금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것을 추천해요. 취침 3시간 전 야식과 과식은 금물이에요. 또한 상체를 약간 높인 바른 자세로 잠을 자고 자세가 불편하다면 왼쪽으로 돌아누워 잠을 청하세요. 배에 압력을 주는 꽉 끼는 옷을 피하고 매일 1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건강한 식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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