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라 내몰린 사람들, 섣부른 낙인에 속상함만 커져가
조별과제 잔혹사 아래 감춰진 프리라이더 잔혹사를 들춰봤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이름 하나에 사람 팔자가 달려 있으니 쉬이 여기지 말란 말이다. 단순히 사람 이름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소위 ‘네이밍’(naming)이라 불리는 이름 짓기는 운명론을 믿지 않더라도 오늘날 그 중대성은 유효하다. 자칫 잘못된 네이밍은 낙인으로 남겨질 수 있기 때문. 이름 짓기에 무엇보다 신중이 필요한 까닭이다.
 
 대학사회에도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문제적인 이름을 꼽으라면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띠꺼운 눈총, 따가운 낙인
 “쟤는 그냥 빼고 하자.” 혹여나 ‘프리라이더’라는 네이밍이 붙을 시엔 정말 큰일이다. 심각한 경우는 PPT에서 효과음과 함께 이름이 사라지는 웃지 못할 일도 가끔 일어난다. ‘와서 한 것도 없잖아.’, ‘지각도 많이 했으면서….’ 많은 경우 조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하는 게 무임승차의 댓가라면 댓가다. 하지만 한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우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주일이 알바와 학회 일정으로 가득 채워졌던 이상현 학생(사회학과 2)에게 지난해는 고행의 기억이다. 빼곡한 일정 사이를 과제들이 메우다 보니 심신이 지쳐갔다. 설상가상 대여섯 개씩 조별과제가 무작정 쏟아졌다. “혹시 조에 누를 끼칠까 밤을 새서 자료조사를 했었죠. 하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바빠져 마지막엔 많이 빠지게 됐어요.” 회의에 참석을 안 하면 그는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해야 할 일을 물으면 ‘그러게 회의를 오지….’라는 대답을 들었다. 
 
 발표 당일 그는 무언가 크게 뒤틀렸음을 인지했다. 조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원에게 인사를 하는데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 인사를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발표가 끝나고 조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저는 없었어요.” 물론 놀면서 점수만 받아가는 ‘얌체’형 무임승차를 했다면 비난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 속상했다. “사람들이 프리라이더라는 존재에 대한 선입견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낙인이 심해지다 보니 조별과제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죠.” 프리라이더 ‘극혐’(극한의 혐오를 일컫는 말) 분위기에 억울한 속사정이 쌓여만 간다. 조별과제는 어느새 ‘누가 꾀를 부리나’ 살피는 눈치게임이 한창이다.  
 
프리라이더는 행복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내가 여기서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뭔가 모를 싸늘함이 느껴지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우성민 학생(가명·경영경제대)은 자신을 프리라이더라 느꼈던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1학년이었던 그에게 모든 일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특히 조별과제는 해발 5천 미터의 설산을 오르는 일보다 고되게 다가왔다. 그에게 등정의 길은 곧 실망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아무 의견이나 뱉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조원들의 냉담한 반응. 그의 입은 점점 더 소심해졌고 다른 조원들의 의견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기 싫어서 안한 게 아니라, 전공지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외면당하는 것 같았어요.” 조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꿀 먹은 벙어리 역할만 했다. 그럴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좌절했다. 따가운 눈총에 걷잡을 수 없이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단순히 1학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공 수업에서는 꼼꼼하다는 평판에 조장을 도맡아 하던 김민이 학생(가명)도 복수전공 수업에 들어가면 절로 몸을 사리게 된다. 그는 “해당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변한다”며 “조원들도 큰 기여를 바라지 않다보니 어느 정도 프리라이딩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과 역량의 차이는 특히 선후배가 함께 하는 조별과제에서 거북함이 심화된다. 황현주 학생(가명)은 선배들과 함께 하게 된 조별과제에서 저학년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프리라이더가 됐다. ‘너희들이 연락이 없어서 우리끼리 다 했어. 학번이랑 이름은 다 넣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연락 한통 없이 과제를 끝내겠다고 선배가 엄포를 놓았다. 황현주 학생은 연락을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통보 받은 사실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참여를 못하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다음날 학교에 가서 선배들을 뵀지만 인사도 받아주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죠.”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넘기기에는 그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딱히 손 쓸 새도 없이 껄끄러워진 관계 때문일까. 알던 바와 다르게 조별과제의 잔혹함은 프리라이더를 향해 매섭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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