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인 남자와 여자는 학교 카페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 그렇게 곡을 같이 쓰고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이야기 나눈 게 어느덧 1년이다. 그들은 함께 활동을 이어가던 중 음악 실력은 물론 서로에 대한 애정도 키워갔다. 지금은 동료이자 연인이 되어 서로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다락방라디오를 만나보았다.

▲ 정민정씨가 김근중씨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 박가현 기자

 

 

 

 

 

 

 

 

 

 

쾌활한 목소리와
잔잔한 기타소리를
함께 어우러
한 곡 안에 담아내다

  먼지가 풀풀 날릴 것 같은 다락방. 오랜만에 들어가도 아늑함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락방라디오는 다락방에서 느껴질 법한 따스한 감성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 

  보컬 정민정씨(22)와 기타리스트 김근중씨(22)는 경희대 실용음악과 학생이다. 학교 안 카페에서 공연하려고 팀을 꾸린 그들은 지금 홍대 라이브카페를 누비고 있다. 동료로 만난 두 사람은 어느새 연인이 되어 발걸음을 맞춰가는 중이다. 둘의 달달한 사랑이 여러 갈래로 나뉜 아이디어를 하나의 가락으로 모은다. 

  한데 모인 건 그들의 음악만이 아니다. 작년 2월부터 쭉 함께하다보니 성격이나 성향도 비슷해지고 있다. “민정이는 성격 자체가 밝은 편이에요. 저도 민정이랑 어울리면서부터 성향이 덩달아 밝아졌어요. 음색에 맞추려니 우울한 음악은 안 어울리기도 하고요. 지금은 좋은 음악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음악 취향도 맞춰가고 있어요.”


  민정씨는 초등학생 시절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부터 노래에 대한 흥미를 놓지 않았다. 맑고도 야무진 목소리로 동요를 부르던 그녀는 다락방라디오의 보컬이 됐다. 그런 그녀가 갖고 있는 의외의 취미는 아이돌 가수의 무대를 감상하는 것이다. “화려한 복장과 역동적인 춤을 보고 있으면 다른 세계처럼 느껴져요. 내가 저렇게 될 수는 없지만요.(웃음) 근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함께 보고 있어요. 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 도움을 받죠.”

  중학생 시절 록 음악에 빠졌던 근중씨는 어두컴컴한 클럽에서 헤드뱅잉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학업을 위해 잠시 접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음악에 대한 흥미를 포기할 수 없어 경희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민정씨를 만난 그는 예상과 달리 경쾌한 음악을 하게 됐다.

  음악 동료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취향이 겹치는 부분을 찾았다. 발라드처럼 간질간질한 음악을 오래 듣기 힘들다는 근중씨와 슬픈 감성과는 친하지 않은 민정씨가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것이다. 그렇게 나온 것이 다락방라디오의 색깔이다. 둘의 중간지점에서 만난 음악은 통기타가 내는 잔잔한 음색이 돋보인다. 통기타 반주 위로 보컬의 발랄함이 빛나는 제이레빗이 얼핏 보이기도 한다.

  작곡가와 부르는 이가 별개일 때가 많은 것이 아이돌 음악이라면 그룹만의 특색을 살린 음악을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게 인디밴드만의 특권이다. “아무래도 인디 음악의 강점은 진정성인 것 같아요. 일단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물론 대중의 취향과 저희의 음악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도 거치지만요.” 그들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한 음악은 다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팀이 안정되면 리드미컬한 펑크 음악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기타에 보컬뿐이라 더 웅장한 소리를 내는 첼로나 베이스를 세션으로 둘 생각도 있고요.” 

  줄곧 목소리 톤만큼이나 쾌활하게 얘기하던 민정씨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말을 꺼냈다. “SNS에 떠도는 유명한 사진이 있어요. 캐릭터가 기타를 잡고는 ‘오늘 기타로 제일 어려운 걸 할 거예요. 바로 기타로 돈을 버는 일이에요!’라고 말하죠. 음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긴 한데 사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건 아니에요.” 두 사람 모두 실용음악학원에서 레슨을 하고 있지만 생활이 빠듯하다고 말한다. 때로 악기를 사고 싶은 마음도 타이르고 타이른다. 민정씨의 웃긴 얘기는 슬프게 마무리됐지만 음악을 끝까지 하는 게 최종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쩌면 앞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 여유가 다락방라디오를 켜두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하는 그들이 무대에 오른다. 작곡부터 일상생활까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무대에 섰을 때 각자의 속마음은 확연히 다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어떻게 부를지 구상해도 막상 오르고 나면 그때그때 느낌대로 부르는 것 같아요.” 무대를 즐기는 민정씨와 달리 근중씨는 다음에 올 곡의 흐름을 떠올리며 연습 때 하던 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을 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는 다락방라디오. 때론 고된 일상에서도 달콤함을 이끌어내는 그들의 발랄한 음색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다락방라디오의 곡은 위의 QR코드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주의 노래

궁금한 마음

하루하루가 너무 궁금해 지금 이 순간 너 뭘 하고 있는지도

 

  곡 속의 인물은 상대방을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그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아프진 않은지. 그런 마음을 담은 듯 음의 높낮이도 살짝 올라갔다 뚝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궁금증이 커져가는 동안 조금씩 변형되는 선율은 점점 간절해지는 마음을 나타낸다. 보컬의 사이사이를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경쾌하게 채워낸 통기타는 리듬감을 부각시킨다. 후렴구에서는 감정이 더욱 상승선을 타면서 보컬의 음색도 짙은 색을 띤다. 함께 달아올랐던 반주가 사그라들면 어서 연락해달라는 말과 함께 곡이 마무리된다.

  이 곡은 두 사람이 사귀게 된 이후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곡이다. 덕분에 썸타던 시절 서로의 간절했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을 떠올리며 서로의 마음이 어땠는지 물어 곡에 그대로 반영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의 기타반주는 근중씨가 무심코 쳐본 코드에서 나왔다. 듣기 좋은 화음들을 골라 노트에 적어 놓으면 코드에 어울리는 선율도 떠오르기 시작한다. 레고를 쌓듯 멜로디와 가사를 조립해나가는 과정은 한 달 정도로 마무리됐다. 작곡을 함께 하는 이들의 특별한 데이트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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