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가 절반정도 남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겨울방학 계획으로 분주해질 시점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계획이 있겠지만 누구나 설레고 행복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여행일 것이다. 추운 겨울 한국을 떠나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나라에서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경한 풍경을 배경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만 해도 남은 학기의 힘든 학업과 취업 등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있게 해주는 좋은 해방구이다.

  영어로 여행을 의미하는 여러 단어가 있지만 알파벳 T로 시작하는 Trip, Tour, Travel 이 세 가지가 우리가 쉽게 접하고 알고 있는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Trip은 사업 등의 목적으로 수일 이내의 단기간 여행을 의미한다. Tour는 원래 라틴어의 tornus(한 바퀴, 회전, 일주, 주위, 회전기의 뜻)에서 나온 말로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관광지나 명승지를 중심으로 한 바퀴 휘 둘러보고 오는 여행에 가깝다. 따라서 tour는 관광(sightseeing)이나 유람이란 말과 더 잘 어울린다. Travel은 고생 혹은 고난을 의미하는 라틴어 트라바유(travail)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tour처럼 2층 버스 위에 올라 유리창 너머로 스치듯 지나가고 아름다운 풍경을 나의 눈과 마음이 아닌 렌즈와 메모리카드를 통해 담아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travel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는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새롭고 낯선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게 되었을 때이다. 집 밖에 나가 힘든 여정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바깥세상에 만든 자신의 길을 다시 즐기고 누리면서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는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대학이 여행지이라면 우리는 어떤 여행가인가? 많은 학생들이 눈앞에 보이는 불편함 때문에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 Path dependency)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깃발을 놓쳐 버려 아무데도 갈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행자처럼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족보를 먼저 찾게 되고, 가만히 앉아 보고 듣고만 있으면 재미있는 말로 귀에 쏙쏙 넣어주는 인터넷강의에 익숙해서인지 조금만 어렵고 귀찮은 내용을 진행하면 금세 지쳐버리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대학이라는 과정을 4년간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본인 스스로가 여행의 가이드가 되자. 당장에는 시행착오와 많은 난관에 봉착하여 불편하고 힘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주체로서 tourist가 아닌 traveller가 된다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멋진 풍경과 남들이 하지 못했던 경험을 렌즈가 아닌 마음속에 담아있는 여행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통해 스스로 경로 의존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아닌 자신을 만나러 가는 즐거운 여행으로 떠나라!


안봉현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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