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열렸다. 직접 참관하진 못했지만, 얼마 전 대학본부가 ‘학부구조개편추진(안)’을 발표했던 터라 전학대회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을 갖고 기다렸다. 다녀온 학생에게 이번 전학대회에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전학대회의 시작과 함께 긴급안건이 올라왔다. 역시나 학부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대학본부는     추진안 발표와 함께 학생의 의견접수를 거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투명하지 못한 정보공개로 여전히 학생이 아는 정보는 부족했고, 의견수렴 과정에 많은 결함이 존재했다. 이에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들이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배포하고, 안건상정 서명서를 돌렸다. 서명서는 140장 가량 모였고, 구조조정 요구사항에 관한 긴급안건은 전학대회에 상정됐다.
 
  요구사항의 큰 축은 3가지였다. ‘학생주도의 공청회를 개최할 것’,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치기구를 구성할 것’, ‘전학대회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할 것’ 등이다. 대학본부가 의견수렴의 통로를 인터넷 게시판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안건을 발의한 학생은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치기구에 대한 안건은 곧 선본체제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여 기존 학생회의 대표성을 위임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찬반토론이 오가고 투표를 거쳤다. 성명서 발표는 과반수의 동의로 가결됐지만, 이외에 공청회나 자치기구에 대한 안건은 부결됐다. 두 가지 안건이 부결된 이유는 간단했다. 명확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공청회 안건을 상정한 학생은 ‘아직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은 이에 대해 ‘언제 개최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하는가’ 등 구체성을 지적하는 질문을 하며 안건을 반대했다. 많은 대표자들이 반대의견에 동조하며 공청회 안건을 부결시켰다.
 
  물론 안건을 상정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구체적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요구사항의 의의는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논의테이블을 구성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학생대표자들은 구체성만을 따지다 본래 의미를 놓쳐버렸다. 그렇기에 이번 전학대회의 결정이 많이 아쉽다. 전학대회는 중앙대학교 학생을 대표하는 모든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다. 대표자에게는 학내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고, 논의할 책임이 있다. 그 자리에 모인 대표자들이 대학본부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구조조정의 방향을 논의하고자 했다면, 요구사항의 구체성 문제를 들며 외면해선 안 된다. 오히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로 이끌었어야 했다.
  대학본부가 의견접수의 통로로 제시한 인터넷 게시판은 의견을 ‘교환’하지 못하고, 단지 ‘수렴’할 뿐이다. 공청회는 학생·교수·대학본부 3주체가 얼굴을 맞대고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토론할 수 있는 자리다. 그렇기에 구조조정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학생에게는 이 자리가 매우 절실하다.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공청회’와 같은 ‘소통’의 수단을 포기한다면, 학생대표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 아닐까?
 
  구조조정. 2010, 2011, 2013. 그리고 2014년. 다시 한번 우리는 구조조정과 마주했다. 그때마다 학생들이 강조하는 것은 소통이다. 대학본부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구조조정에선 의견‘접수’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소통’의 문제가 붉어지고 있다. 왜일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쌍방적인 소통이기 때문이다. 의견접수 기간이 이틀 남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우리는 공식적인 기회를 놓친다. 우리는 다시, 앞선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되풀이할 지도 모른다.
 
이재정 학생
정치국제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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