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에서 벗어나기 위한 피 말리는 노력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10.13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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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고민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고민을 갖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캠퍼스를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도 머릿속 깊숙한 곳에 그들만의 생각을 보관하고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마른 체형을 가졌지만 살이 찌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남학생과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생활고에 씩씩하게 맞서고 있는 남학생을 만나봤다.

 

 

 
웬만한 여자 뺨치는 체형
고된 운동과 과식만이 살길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와는 급이 다른 살과의 전쟁이 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체형의 소유자들은 오히려 살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다이어터(dieter)’들에겐 배부른 고민으로 보일 테지만 이들의 전쟁은 나름대로 치열한 긴장으로 가득한 각축장이다.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병사가 중앙대에도 있었다. 운동이 끝난 후 교양학관 앞 벤치에서 쉬고 있던 그의 몸은 말랐지만 유머감각만큼은 넉넉했다.


-특이한 장갑을 들고 있다.
“헬스할 때 쓰는 반 장갑이다. 마찰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요긴하게 쓰고 있다.”
-헬스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나는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더 티가 안 나는 것 같다.”
-무슨 목적으로 운동하는 건지.
“살을 찌우기 위해 헬스를 한다.”
-과체중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수 있는 발언인데.
“그들에겐 미안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살을 찌우려 한다고 잘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름대로 절박하기 때문에 헬스를 하는 것 아니겠나.”
-키와 몸무게를 물어도 되나.
“176cm에 53kg이다.”
-상당히 마른 체형이다.
“왜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게다가 얼굴형도 긴 편이라 몸무게보다 더 말라 보인다고들 하더라.”
-어렸을 때부터 왜소했는지.
“항상 저체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장작개비, 뼈다귀란 별명을 달고 살았다. 체중 때문에 군대 신체검사에서 3급을 받았지만 현역으로 입대했다. 몸이 조금만 더 가벼웠으면 군대에 안 갈 뻔했는데.(웃음)”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다.
“사람들이 말랐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은 아들이 너무 말랐다고 어머니에게 핀잔을 주듯 말을 건넨다. 어머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친척들에게 짜증이 났다.”
-왜소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나.
“말라 보이는 옷은 일단 피한다. 얇은 옷이나 반소매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여름은 내게 최악의 계절이다. 얇은 팔뚝 때문에 반소매 통이 남아 팔랑거리는 게 너무 싫다. 빨리 겨울이 와서 코트를 입고 싶다.”
-헬스를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내가 너무 말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통통한 몸매가 콤플렉스였는데 데이트할 때마다 남자친구의 몸매와 비교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신경 쓰였나 보다. 여자친구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전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살을 찌우는 건가.
“전혀 아니다.(웃음) 예전에는 마른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 혼자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내 몸 때문에 주변 사람이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통해 확실하게 살을 찌우자고 결심했다.”
-살을 찌우기 위한 노력들이 빛을 보고 있나.
“다행히 체중이 조금씩 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PT를 통해 격하게 운동을 하니까 쉬는 시간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래도 요새는 적응을 해서 몸 만드는 데 재미를 붙였다.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웃음)”
-살을 찌우는 과정에는 어떤 고통이 있나.
“많이 먹어야 하는 아픔이다. 살을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살을 빼려면 불필요하게 먹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먹기 싫은데 위장에 꾸역꾸역 음식을 넣어야 하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람이 죽으면 그동안 남긴 음식을 지옥에서 다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일부러 과식을 해야 하는 건지.
“단순한 방법이지만 꽤 효과를 봤다. 과식을 하지 않으면 몸무게가 조금씩 줄어든다.”
-주로 어떤 음식을 먹나.
“식이요법의 일환으로 닭가슴살과 삶은 달걀을 먹는다. 처음에는 담백한 맛에 신이 나서 먹었지만 이제는 퍽퍽한 닭가슴살을 생각만 해도 신물이 올라온다. 오늘도 삶은 계란을 많이 먹었더니 입에서 똥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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