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로 쓰지는 못하고 취재만 해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론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8월 말 예고된 학부 학문단위 구조개편에 대해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곤 다이얼을 눌렀습니다.

 
  통화 연결음이 닿은 곳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평가지표는 무엇일지, 구조개편 되는 방식은 어떠할지 등에 대해 다들 생각하고 있는 바가 많았죠. 물론 그 생각이 무관심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고 불안함을 가져다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취업률 이야기는 항상 빠지지 않았습니다. 취업률이 학과를 평가하는 수치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이 인정했습니다. 다만 취업률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전공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전공이 있으니 가려내야 한다는 의견이 꽤 있었죠. 다른 쪽에서는 취업률이 평가지표로 쓰이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취업률 낮은 학과들이 개편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구조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추측도 많았습니다. 크게는 폐과, 통폐합, 인원감축 세 가지 경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인원감축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의견도 있었던 반면 폐과나 통폐합에 대해서는 ‘일단은 반대’라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통폐합 방법에 대해서도 추측이 난무합니다. 양캠의 유사학과를 통합시킬 것이라는 추측도 단대 구분 자체에 지형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들은 바 없다’였습니다. ‘대학본부에서 확실한 안을 내놓지 않으니 더는 얘기할 것이 없다’는 단호한 답변도 있었고 ‘너무 알려진 바가 없어 교수와 학생들이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취업률이 평가지표라느니, 어느 학과가 통폐합될 것이라느니 하는 것은 여론일 뿐입니다. 현재 대학본부에서는 어떠한 안도 내놓지 못한 실정이죠.
 
  지난 8월 대학본부가 밝혔던 구조개편 계획안에 따르면 지금쯤 평가 결과를 알리고 이의신청을 받았어야 합니다. 물론 대학본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가 늦게 발표되면서 중앙대의 계획도 덩달아 밀렸지만 지난 8일 학·처장을 모아 평가지표를 발표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죠.
 
  그러나 걱정스럽습니다. 아직까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적은데다 계획이 미뤄진 상황이니 혹여나 서로 이야기할 기간이 짧을까 해서 말입니다. 계획대로 11월 셋째 주에 구조개편이 확정돼야 한다면 남은 기간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남짓입니다. 개편의 대상이 아니라면 의미 없는 한 달이겠지만 개편의 대상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달이 되겠죠.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그들에게 바다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품게 하십시오.’ 생텍쥐페리의 말대로 도전을 위해서는 동경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받아들이는 주체에게 제작자는 정확한 목표와 상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떤 비전을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할 때입니다. 노아의 방주가 만들어지느냐 타이타닉호가 만들어지느냐는 여기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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