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니까 청춘이다
천천히 음미하는 여유로운 삶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뜻으로 대한민국 20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고사성어다. ‘젊음’은 특권의 의미로서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라며 열정노동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런 정신없는 레이스에서 홀로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 늦은 가을 밤, 청룡연못 벤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을 만날 수 있었다. 정작 그는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고 대꾸했지만 그의 게으름의 근원을 끈질기게 추적해봤다.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인 것 같은데.
“자려다가 잠이 안와서 나왔다. 전날 잠을 하도 많이 잤더니 눈을 붙이기엔 너무 정신이 또렷했다.”
-어제 얼마나 잤나.
“밤에 10시간 정도 자고 낮잠을 한두 시간 더 잤다.”
-그렇게 잤는데 낮에 또 잠이 오던가.
“많이 잘수록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낮에 잠이 더 잘 온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외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다. 게다가 학교도 휴학한 상태라 시간이 꽤 널널한 편이다.”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여유라기보다는 귀차니즘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웃음) 천성이 게을러서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집돌이라고 해야 하나.”
-답답하지 않나.
“답답하기는커녕 나름 알뜰하게 하루를 보낸다. 보통 영화를 보거나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눈팅을 즐긴다. 게다가 다운받아 놓았던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둘씩 꺼내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친구들은 자주 만나는지.
“물론이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도 잠깐 바람을 쐬는 정도다. 내가 여행을 가거나 놀러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
-개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성격인 것 같다.
“혼자 있으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없어서 편하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즐겁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 가끔 친구들이 히키코모리라고 놀린다.(웃음)”
-계속 집에 있으면 건강에 해롭지 않나.
“일단 체중이 감소했다. 밥을 차려 먹기 귀찮아 하루 3끼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식욕이 실종됐나 보다. 강제 다이어트인 셈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인가.
“관리라는 단어 거리가 먼 것 같다. 게으른 천성을 타고나 집안 정리도 잘 하지 않는다. 얼마 전 오랜만에 밥을 해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반찬 반, 곰팡이 반이더라.”
-도대체 휴학은 왜 한 건지.
“3학년이라 졸업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주변에서 많이들 걱정하지만 졸업하기 전까지 언제 또 이렇게 게을러보겠나.(웃음) 전공심화만 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수업도 널널하게 듣는다. 전공심화를 결심한 이유도 전공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미래에 대한 압박을 느끼진 않는가.
“무감각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20대라고 항상 바쁘게 스펙을 쌓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 낭비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느낀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졸업 후 어떤 진로를 꿈꾸고 있는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 정해진 틀 안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스트레스 투성이일 것 같다. 그래서 창업을 해볼까 생각해보고 있다. 창업 쪽으로는 관심이 많아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창업이 적성에 맞나.
“다행히 잘 맞는다. 평소에 기획하는 일을 좋아해서 사업 아이템들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일이 즐겁게 다가왔다. 연합 동아리나 공모전 당선을 위해 활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있다. 요새는 공모전에 나갈 실력을 기르려고 포토샵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물론 내 성격상 독학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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