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요즘 ‘오글거린다’는 말이 참 많이도 쓰이고 있다. 국어의 원형에서 많이 벗어난 인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오글거린다는 말을 툭툭 내뱉는다. 누군가가 진지하고 사색적인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 분위기가 되면 사람들은 자기 손발의 퇴화 현상을 호소하며 깊은 토론이 될 것만 같은 싹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낸 사람은 한순간에 젊고 냉철한 우리 시대에 뒤처진 낡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자신만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던 사람은 하찮은 일에 매달리는 속 좁은 사람이 되어 웃음거리가 되어버리고 마음을 움직이던 좋은 글귀들은 허세와 소위 ‘중2병’의 좋은 예가 되어 페이스북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린다.
 
  사색과 감성에 대한 공포가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글거린다’는 말은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쿨’한 우리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무기로 태어나 사용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내면에 파고들어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사고가 자신을 오염시키기 전에 오글거린다는 한 마디로 방어해 버리고 그 상대에 대한 공격까지 동시에 감행해서 상대 역시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들어버린다.
 
  전체적으로 감성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마니,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의 배설이 쉽지가 않다. 감정변화의 폭이 큰 청소년들도 놀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자유로운 생각의 발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미숙하지만 솔직한 그들의 문장이 더 좋은 글, 더 좋은 말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오글거린다는 말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서 더욱 홀대받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을 좀먹는 표현이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독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고 생각의 틀이 굳어 있어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표현을 꺼리다 보니 새롭고 참신한 문장이 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오는 문장을 뽑아낸다고 하더라도 편견 없이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문학은 더 이상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오글거린다’라고 하는 요즘 세대의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적 감성과 유치함은 구분되어야 하고,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그 유치함을 새로운 웃음 코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오글거린다는 말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져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얇고 일회적인 감성소모에 그치는 글들을 넘어서서 보편적인 표현에까지 남용된다. 문학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계속 줄어드는 판국에 문학을 보는 시선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만다. 이는 문학을 보는 다수의 안목을 동시에 퇴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타인의 생각과 말에 귀기울여줄 수 있는 태도를 권장하고 싶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버린 편견을 인식하고 그것을 걷어내길 바란다. 다른 이의 감정을 입막음하는 오만한 태도를 지양했으면 한다.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들의 감성을 함부로 평가하고 비웃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다듬어지지 않아 어색한 날 것의 글도 그 주인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감정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타인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자신만의 생각을 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가져다 붙일 수도 있는 문학적인 과도기를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다면 그 틈에서 빛나는 감성들이 살아남아 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형욱 학생 
문예창작전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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