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도가 위태로우니 
인문학이 기울어진다
 
공학 위에 ‘양념’이 된 인문학 학계 생태는 황폐해진다
 
 
 
  “너 철학 전공해서 나를 어떻게 벌어먹여 살릴래?”
  1975년 작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주인공 영자는 남자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영화는 산업화를 몸소 겪은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대사다. 경제개발의 바람 속에서든, 디지털의 문명 속에서든 인문학도는 각광받는 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붐의 형태를 띤 인문학에 대해 묻자 최성만 교수는 위 영화를 언급하며 “이 분위기를 타서 인문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이냐’는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인문학은 ‘취업이 안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대학가에는 인문학 통폐합의 열풍이 불고, 인문학도들은 취업의 문턱 앞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인문학에 쏟아지는 관심에 인문학도들은 그저 쓴 웃음만 쏟아낼 뿐이다.
 
  지금 일어나는 인문학 열풍이 거품이라고 비판받는 지점에 바로 이 양극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임태훈 문학평론가는 인문학 ‘열풍’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기저기 변죽은 숱하게 울리지만 대학에서는 인문학과가 퇴출되고 있고, 후속 연구 세대를 길러내야 할 학계의 재생산 시스템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간 지속돼 온 구조적 문제로 인문학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태에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현재 상황이 열풍으로 가장돼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그는 지적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문학, 그리고 인문학 전공자들은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피할 수 없었다. 일부 인문학자들은 그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현재 통로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심광현 교수는 “현재 융·복합의 모양을 보면 자연과학이 주도권을 가지면서 인문학은 양념처럼 가미되고 있다”며 “인문학에 대한 지원 없이 도구적 창의성만 부풀리려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성과주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문학은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의 본거지인 대학이 자유롭지 않으면 인문학 열풍도 한 번 부는 바람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것이 이들이 주장이다. 임태훈 문학평론가는 “인문학 생태계는 단기간에 복구될 수 없을 만큼 황폐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모래바닥 위에 쌓은 성이 그렇듯, 인문학 열풍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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