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실리지 않은 강의계획서도 있어
  당장에 부실한 강의계획서를 바로잡을 방안은 없어

  중대신문이 전공강의 강의계획서 1,596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 되는 강의계획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규 강의계획서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강의계획서가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험, 실습, 실기 과목이라는 이유로 강의계획서가 미흡한 경우도 많았으며 개인 연락처가 유출되는 것을 꺼려 연락처를 고의로 잘못 기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론 강의보다 실험·실습 강의가 미흡해= 대다수의 실험·실습·실기 과목들의 강의계획서들은 공란이 이론 강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론 강의가 많은 사범대, 사회대, 인문대의 경우에는 미흡한 강의계획서가 30%를 밑돌았다. 그러나 실기가 많은 안성캠 예술대, 실험·실습이 많은 약대와 의대는 전체 평균인 49%보다 많았다. 전통예술학부에 재학 중인 A학생은 “수업명이 같은 제목에 번호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에는 더 자세하게 어떤 식으로 강의가 진행되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일부 실습 과목은 실습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강의계획서에 강의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의학부의 <소아과학임상실습(1)>은 임상실습 강의지만 총 강의계획서 페이지가 13페이지다. 의학부의 다른 임상실습 강의들의 강의계획서가 대체로 3~4페이지인 것과 비교했을 때 분량 상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세부적인 내용도 교수 개인 연락처, 강의 진행방식에 대한 추가설명, 학습 평가 방법, 수업 일정들이 자세하게 제시돼 있다. 해당 강의를 가르치고 있는 윤신원 교수(의학부)는 “이번에 새로 강의계획서가 바뀐 것에 따랐다”며“실제 실습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 자체가 담기지 않는 경우도= 강의계획서의 ‘학습 목표/성과’ 혹은 ‘강의 진행 정보’ 항목은 학생들이 강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항목이다. 그러나 일부 강의계획서는 아예 공란으로 비워놔 학생들은 강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신문방송학부의 한 전공기초 강의는 ‘학습 목표/성과’가 완전히 비워져 있는 상태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공공인재학부의 한 교수의 강의계획서는 이름과 소속을 제외한 모든 교수자 정보, 학습 목표/성과, 강의 진행 정보 심지어는 수업 일정도 비워져 있었다.

  개인 연락처 고의로 잘못 적기도= 학생들은 교수에게 갑작스러운 일로 연락을 취하거나 교수의 연구실 혹은 메일로 연락을 취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개인 연락처를 찾게 된다. 그러나 개인 연락처를 강의계획서를 통해 찾게 될 경우 당황스러운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사회학과의 한 강의계획서에는 교수자 정보에 ‘010-000-0000’이라는 정체불명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뿐만 아니라 ENGLISH Ⅱ의 한 강의계획서는 연락처와 상담가능시간 모두 ‘000000000’으로 기재돼있다.

  이와 같이 기재할 수 있는 이유는 커리큘럼인증원 측에서 연락처를 필수 기재 항목이 아닌 선택 기재 항목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인증원 한강호 팀장은 “연락처를 필수 기재 항목으로 넣고 싶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해 교수의 개인 연락처를 필수 기재 항목으로 넣기엔 힘들다”며 “최대한 교수들에게 강의계획서를 입력할 때 연락처 기재를 해달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수업과 강의계획서가 다르기도= 수강신청 후 막상 수업을 듣고 나면 강의계획서와 수업이 다른 경우도 빈번하다. 전현재 학생(정치국제학과 1)은 “강의를 들어보니 강의계획서와는 내용이 달랐다”며 “학생들과의 약속이고 내용이 바뀜으로써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으니 그러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이 아니라 아예 강의 유형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 A학생은 “악기를 다루는 수업인 줄 알고 수강했는데 이론 수업이었던 적도 있었다”며 “강의계획서에 담긴 강의 내용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 강의계획서를 수정할 예정= 강의계획서 변경은 2002년 강의계획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었다. 아직까지는 이전의 강의계획서에 대한 약간의 보완만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커리큘럼인증원은 계속해서 강의계획서 양식을 수정하고 있다. 또한 커리큘럼인증원은 개별교과인증과 학과(부) 인증을 통해 점차 강의계획서를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한강호 팀장은 “강의계획서는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하나의 출발점이다”며 “시작이 잘돼야 마무리가 잘 되듯 교수와 학생 모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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