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들어 자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과 연대’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혐오와 갈등, 반목과 질시, 불신과 불통의 기운이 온통 사회를 뒤덮고 캠퍼스에까지 가득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신문의 보도 방식은 ‘천진함’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무지함’ 때문에 그러한지. 혹은 상상하기 싫지만 ‘굴종’에 기인한 것인지.
 
  언제부터인가 중대신문의 기사들은 온통 학내 사안에만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중앙대 소속원들에게 학내 이슈는 중요하며 중대신문은 이를 충실히 수집, 분석하여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특정 학내 이슈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변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복속된 국가(보다 정확히는 정부)의 현실,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재생산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권력 재생산 기획은 현재 한국 사회 속에 대학 및 청년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그러기에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명제’는 보다 큰 사회적 맥락에서 대학의 위치성과 같이 봐야만 근저가 가시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문예창작전공 학생회, 서울캠 항의 방문”이라는 꼭지 기사는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학문단위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과 폐쇄가 특정 학과의 개별적 사안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 둘째,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항의방문”이라는 ‘억지스러운’ 단발적 행동 방식으로 오해될 수 있다. 셋째, 뒷면에 이어진 구조조정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의 배치는 “평행二론”을 빙자한 무책임한 양비론에 다름 아니다.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이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은 사장된 채, 단순한 유비적 관계를 지니는 (찬/반) 입장 차이로만 축소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와 강자 간 갈등, 주장의 대립과 충돌 국면에서 늘 양쪽 의견을 다 듣는 시늉을 하면서 양비론이나 상대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보수언론의 전형적인 현실 왜곡 방식이다. 중립과 중도를 가장한 이러한 논리전개는 기득권의 편에 서서 기존의 권력관계를 지지하고 재생산하는데 기여하며 이에 따른 보상체계에 기생하는 비겁한 생존방식 중 하나이다. 우리 사회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그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반목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딛고 끊임없는 착취의 탐욕을 확장하고자 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간의 갈등구도에 있다. 제발 약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따듯한 가슴, 고통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냉철한 논리, 이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연대와 실천을 고민하는 중대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이나영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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