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의 협곡을 거닐던 고시생이 도서관에 오기까지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09.28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심한 시각,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청춘들을 만났다. 휴학계를 내고 공무원 시험에 올인한 학생과 3년 동안 기독교 동아리에 애정을 쏟은 학생. 대상은 다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몰입에 의미를 부여하며 고민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진지하게 만드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PC방에 밤낮 드나들던 고시생
이제는 새 마음 다잡고 공부에 열중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벽을 쳐다보는 일조차 재미있다는 말처럼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저항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짧은 시험기간에도 이러한데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사정은 어떨까. 게임이라는 유혹에 흔들렸지만 결국에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게임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한 고시생을 만나봤다. 그는 도서관 복도에서 조곤조곤한 말투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열심이다.
“그래 보이나. 사실 자리에 앉은 지 10분 됐는데 그새 또 나왔다.(웃음)”
-공부가 잘 안 되는지.
“공부는 항상 잘 안 됐었던 것 같다. 안그래도 집중이 안 돼서 방금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왔다.”
-무슨 게임을 하나.
“롤(League Of Legend)이라고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 싸우는 게임이다.”
-요새 많이 하는 게임이라고 들었다.
“중독성이 대단하다. 그동안 게임에 쓴 돈으로 컴퓨터를 샀으면 PC방에 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웃음)”
-굳이 도서관에는 왜 다시 왔나.
“부끄럽지만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시생이 게임에 중독된 것인가.
“원래 행정고시를 보기 위해 지난학기에 휴학을 했다. 휴학계를 냈을 때는 의욕이 넘쳤는데 갈수록 힘이 들더라.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공부가 너무 어려웠나.
“학습량도 많았고 문제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어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그만뒀다.”
-행정고시를 포기한 뒤 심정이 어땠는지.
“한동안 방황을 했다. 애초에 명확한 목표가 없어 시작한 것이 행정고시 공부였는데 그것마저 포기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게임을 하게 된 건가.
“스트레스를 푸는 용으로 한두 번 했었는데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나버렸다. 한창 많이 할 때는 하루에 8시간 동안 게임을 하곤 했다. 휴학한 상태에 공부도 놓아버려서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을 빼고는 온전히 게임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게임을 오래 하면 질리지 않나.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른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온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래하니 더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
-게임 중독 외에 다른 걱정거리도 많았을 것 같다.
“마음 속에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남들처럼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뒤처지는 느낌이랄까. 한창의 나이인 20대에 나 자신을 PC방에 방치해두는 것 같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생기더라.”
-부모님은 본인의 사정을 알고 있나.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기 때문에 내 생활에 대해서 모르신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하며 지내는 줄 알고 계신다. 한 번은 부모님께 정말 죄송했던 적이 있었다.”
-부모님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주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공부하는 아들 고생한답시고 반찬을 싸들고 서울에 올라오신 적이 있었다. 고기를 구워주시면서 ‘공부 잘 돼 가냐’고 물어보시는데 울컥했다. 그 후로 마음을 다잡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7급 공무원 공부는 잘 돼가나.
“일반 행정직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게임도 예전에 비하면 거의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물론 게임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절제할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취미라고 본다.”
-게임 중독이 근본적인 고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방황의 원인은 게임에 빠졌다는 것보다는 목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고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 공부한다는 동기가 생겼다. 부모님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가.
“마음을 먹고 나니 공부에 집중도 훨씬 잘 되는 것 같다. 아직은 독학을 하고 있지만 곧 하반기에 학원 커리큘럼이 신설되면 신림에 있는 학원에 등록해 더욱 공부에 열중할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