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문학과와 줄어드는 인문학도들

이제 인문학은 공합과 결합된 ‘융합’의 형태로 나타나
 
 
 
 
 
 
 
 
 
 
 
 
 
 
 
 
 
 
 
 
 
 
 
 
 
 
 
밖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의 본거지라 불리는 대학 내부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대학 내에서는 인문학이 양분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 등의 이유로 대학들은 구조개편을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된 인문학과들은 통폐합의 대상이 됐다. 동시에 인문학은 통섭의 모습을 띠며 대학가에 융합학과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위태로운 인문학과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학과 구조개편이 일어나면서 인문학과들은 통합되거나 폐과의 대상이 되는 등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13년 기준으로 중앙대는 비교민속학과가 폐지됐으며 한남대, 목원대, 배재대, 경남대가 도미노처럼 줄줄이 인문학과가 통폐합됐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가 운영하는 통계서비스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2013년까지의 ‘전국 대학(4년제) 대(소) 계열별 학과 수’를 분석해 본 결과 총 학과 수는 2000년 9,377개에서 2013년 11,226개로 총 1,849개가 증가했다. 사회·교육·공학·자연·의약·예체능 계열별의 학과 수가 모두 증가했지만 인문계열 학과 수는 감소했다. 인문계열의 경우 2000년 1,645개였으나 2013년 1,548개로 97개가 감소했다. 2000년 기준 전체 계열에서 17%의 비중으로 3위를 차지했던 인문계열이 13년이 지난 2013년에는 전체 계열에서 13%의 비중으로 5위로 하락했다. 
 
  지난 십여 년간 학과 수와 동시에 학생 수도 감소했다. 2000부터 2013년까지의 ‘대(소) 계열별 입학정원’을 분석해 본 결과 총 입학 정원수는 총 26,570명이 증가했지만 자연계열과 인문계열만이 정원수가 줄어들었다. 자연계열은 총 3,518명이 줄었으며 인문계열은 2000년 47,732명이었으나 2013년에는 44,817명으로 총 2,915명이 줄었다. 한편 2000년도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의약계열은 2013년 21,433명으로 계열 중 정원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불안한 인문학도들
  이러한 사회적 여건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인문학은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인문학이 좋아 인문학과에 왔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과의 괴리는 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택근 학생(프랑스문학전공 1)은 구조개편과 취업의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문대가 통폐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과도 혹여나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하죠. 사회에서 경영학과 같은 실용학문만을 요구하다 보니 인문대생은 자연스럽게 취업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인문학 전공자들은 본인의 전공만으로는 취직이 되기 힘들기 때문에 복수전공은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이채준 학생(인문대·가명)은 해당 학과에 관심이 있어 진학했지만 취직의 부담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교직이수를 꿈꾸고 있는 그는 인문학 전공 하나만으로는 미래가 걱정스럽다. “저희 과는 취직이 잘 되지 않으니까 교직 이수가 되지 않으면 걱정이 되죠. 동기들도 보면 복수전공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요.”
 
  또한 인문학과 학생들은 취업뿐만 아니라 학문을 공부하는 것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이지훈(인문대·가명) 학생은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무기력한 강의실의 공기에 힘이 빠졌다. “더 공부하고 싶어도 교수님들이 심오한 것은 대학원 가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시죠. 인문학을 폐과 시키고 있는 학교뿐만이 아니라 학과 차원에서도 의지를 잃은 것 같아 힘이 빠져요.”
 
  대학가의 대세가 되고 있는 ‘융합’
  한편 인문학은 공학이나 자연과학과 결합이 되어 ‘융합’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성균관대에서는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대학원에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휴먼ICT융합학과’를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인문학에 경영학, 정보 통신, 공학, 자연과학을 한데 뭉쳐 통섭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외대와 서강대도 각각 ‘LD학부(Language & Trade 학부)’와 ‘Art & Technology 학과’를 새롭게 만들었다. 전자는 통상에 외국어를 더한 것이며 후자는 문화·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에 첨단공학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중앙대에서도 전자전기공학부, 컴퓨터공학부, 융합공학부를 공대에서 분리해 ‘창의ICT공과대학’을 신설할 예정이다. 창의ICT공과대학에서는 공학에 인문, 예술, 경영이 통섭되는 형태로 교육이 실시된다. 산업체 수요에 맞게 공학을 기반으로 한 인문·예술의 창의적 사고를 하는 ‘CAU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그 목표다.  
 
  대학에서 융합학과의 새로운 열풍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는 산업체 수요에 맞게 공학을 기반으로 하고, 창의적 사고를 위해 인문·예술이 더해져 ‘창조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동일한 목적으로 설립되고 있었다. 대학의 인문학은 홀로서기보다 실용학문과 짝 지어 융합 및 통섭이 되고 있는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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