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아리서 ‘가짜 중앙대생’이 1년 6개월 동안 활동

지루함을 해소하고자 나이, 학적, 성격 등을 속이고 생활
 
  서울캠의 한 중앙동아리에서 타대 학생이 중앙대 학생임을 사칭하며 동아리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진호(가명)씨는 1년 6개월 동안 A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돌연 중앙대 학생이 아님을 고백했고 이에 동아리 부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진호씨는 나이, 학력, 출신배경 등을 속이고 동아리 활동을 했다. 2013년 1학기에 A동아리에 들어온 김진호씨는 동아리 부원들에게 자신이 93년생이며 재외국민전형으로 입학한 경영학부 13학번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중·고등학교를 영국에서 졸업했으며 아직도 부모님은 영국에 살기 때문에 신림동에서 누나와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동아리 부원들은 김진호씨가 독특한 성격이지만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동아리의 김준영 학생(가명·공대)은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가끔씩 특이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진호씨는 1년 6개월의 동아리 활동에서 MT와 개강총회, 졸업선배와의 만남 등에 거리낌이 없었고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런 그를 보며 동아리 부원들은 김진호씨가 다른 학교 학생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A동아리의 박수현 학생(가명·인문대)은 “평소 동아리의 모든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기 때문에 동아리의 고정적인 부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던 김진호씨는 동아리 활동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기 위해 올해 여름방학에 동아리 부원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 커밍아웃하게 되면 부원들이 자신을 동아리에서 제명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원들은 개인의 성 정체성을 존중한다며 김진호씨를 동아리에서 제명하지 않았다. 
 
  이후 김진호씨는 돌연 동아리 1년 선배인 박수현 학생에게 자신은 중앙대 학생이 아니라며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을 속여서 미안하다고 자백했다. 신분을 속여 동아리 활동을 한 이유에 대해 김진호씨는 “똑같은 삶에 지루함을 느꼈고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었다”며 “중앙대 외에 숭실대 동아리도 함께 시작했지만 약 1개월 만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사실을 접한 동아리 부원들은 충격에 빠지게 됐다. 박수현 학생은 “평소 많이 챙기던 후배였는데 사실을 접하고 난 후 충격을 받아서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사실을 접한 동아리 부원들이 처음에는 믿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진호씨는 자백할 당시 자신을 서울대 모 학과 학생이라며 이름과 학번을 가린 학생증을 동아리 부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박철호 학생(가명)은 “진호가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것 같으나 워낙 조용하고 왕래가 없는 친구라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진호씨는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지루한 삶 속에서 학력, 거주지, 출신배경, 성격, 나이 등의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살아보고 싶었다”며 “동아리에 다른 학교 학생이 신분을 속이고 활동해도 판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학교 동아리를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아리에서는 신입 부원이 들어올 때 학생증이나 재학증명서를 받아 신분확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김진호씨가 신분을 속이고 활동할 수 있었다.  
 
  서울대 동아리가 아닌 타대에서 활동한 이유에 대해 김진호씨는 “서울대 동아리에서 활동하기엔 나를 아는 다른 사람이 ‘쟤 왜 저기서는 다른 사람처럼 하고 다니느냐’는 인식을 받을 수 있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다른 대학의 동아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1년 6개월 동안이나 활동할 계획은 아니었다”며 “동아리 사람들과 정이 들다 보니 오랫동안 활동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A동아리의 박수현 학생은 외부인이 신분을 속이고 교내 동아리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우려를 표현했다. 박수현 학생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마음을 먹고 동아리 부원에게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보안이나 신원확인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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