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09.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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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일곱 바퀴 반을 돌자 하나님의 기적으로 성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삼천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각에 잠겨 캠퍼스를 도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무너뜨리기 위해 학교를 배회하는 건지 궁금해 붙잡고 말을 건넸다.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베아트리체를 만나다
 
PM 11:00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세계에서 방황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는 친구 데미안에게 편지를 보낸다. “새는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괜스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비가 내리는 날, 102관에서 또 한 명의 싱클레어를 볼 수 있었다. 벽에 기대어 담배를 음미하고 있는 한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담배가 독특해 보인다.
“시가다. 조금 비싸긴 한데 일반 담배와는 다른 맛이 난다.”
-왜 밤늦은 시간에 혼자 있나.
“아침까지 영화를 보다가 잤다.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더라.”
-어떤 영화를 주로 보나.
“옛 느낌이 나는 명작 영화를 즐겨본다. 색감이 없는 흑백 영화도 종종 본다.”
-영화 외에 다른 취미가 있다면.
“음악을 좋아한다.”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있나.
“조금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이게 음악이야?’라고 할 법한 노래를 듣는다. 아방가르드한 락 음악이 좋다.”
-아방가르드라니.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아는지 모르겠다. 아무 연주 없이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끝나는 음악이다. 이 곡 말고도 좋아하는 곡들이 많다. 집에 가면 음악 CD 400장이랑 레코드 150장 정도가 쌓여 있다.”
-예술적 취향이 독특한 것 같다.
“난해하고 독특한 것이 좋다. 어렵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쾌감이 있다.”
-주변 사람들과 공통된 취미를 찾기 힘들겠다.
“굳이 남들과 공유할 필요를 못 느낀다. 나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 같은데.
“가끔 주위에서 취향이 변태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웃음)”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취향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자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다.”
-1학년인데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보지 않았나.
“인위적인 만남은 싫다. 사실 몇 번 나가봤는데 말이 통하지 않더라. 마치 둘 사이에 벽이 있는 듯 통하는 느낌이 없어 1초가 100분 같았다.”
-그럼 어떻게 여자를 만날 생각인지.
“인연은 주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그래도 요즘 동아리에 마음이 가는 여자가 있어 신경이 쓰인다.”
-잘 되가나.
“잘 되기는커녕 그녀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나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동아리방에 가기만 하면 그 여자는 일이 있다고 나가버리더라.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봤나.
“내 성격이 문제다. 사람을 대하는데 다소 서투른 편이다. 친해지면 괜찮은데 처음에는 주위에서 날 어려워한다. 원래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개의치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날 어려워하니까 신경이 쓰인다.”
-그녀는 어떤 성격인가.
“활발한 성격이다. 처음엔 선머슴처럼 행동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보다 보니까 그녀를 만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남자들은 여자로 안 보인다는데 이상하게 내겐 여자로 보이더라.”
-적극적으로 구애해볼 생각은 없나.
“그녀만 좋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싶다. 문제는 나를 싫어한다는 거니까….”
-만약 그녀가 성격을 바꾸라고 한다면 바꿀 수 있나.
“바꾼다. 취미를 바꾸라고 하면 힘들겠지만 성격이나 태도 같은 건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다.
-언젠가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 텐데.
“안 그래도 내일 그녀와 식사하러 가기로 했다. 그녀가 SNS에 찾는 책이 있다며 표지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올린 적이 있었다. 난 그때 밖에 있었지만 친구에게 부탁해 가까스로 그녀에게 사진을 보내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빨리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졸라서 결국 밥을 먹게 됐다.”
-내일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잘 모르겠다. 그저 그녀가 나를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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