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60일 째다. 달수로는 5개월이 넘었다. 사람들은 이제 세월호에 대한 언급과 논란을 ‘피로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광화문에서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요구하는 중년의 사내를 보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고 혀를 끌끌 차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기사로 더 이상 세월호 기사가 뜨지 않기를 원한다. 승객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이제 그만 ‘내면화’하는 게 미덕이고, 각자의 일상으로 복귀해서 맡은 일에 열중하란다. 눈물을 흘리며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던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종결 선언’을 했다.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잊으라고 하고, 끝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제 그만 끝내라고 한다.

  세월호가 어딘가에 부딪혀 침몰한 것까지는 단순한 사고일 수 있다. 하지만 구조될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잠길 수밖에 없었던 순간까지는 분명히 인재다.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은 법정에서 구조를 목적으로 온 해경에게 배 안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는데도 해경은 가만히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왜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았는가?’에서부터 참사 당시 번복된 언론사 오보들의 출처와 처벌, 복원된 cctv를 둘러싼 미스테리, 그리고 사고 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방까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들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마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살인사건처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해야 할 ‘사건’인 것이다.

  세월호가 우연적인 사고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은 곧 세월호 전과 후의 사회가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해경을 해체시키는 것과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세월호를 있게 한 본질적인 사회적 병폐의 뿌리를 자르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려면 세월호를 둘러싼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이 주장하는 특별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특별법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일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떠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이 진짜라고 오해하고 있는 특별법 조항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의 핵심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진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이 같은 현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하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진상규명’이기 때문에,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싸움이다. 진실이 밝혀지기 원치 않는 자들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들이 해결되고 세월호로부터 사회에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벌을 받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진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가치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부르지 않았다고 해서 내 이름이 ‘ㅇㅇㅇ’인 것은 변함없듯이, 수 십년 전의 일이라 해도 아름다운 추억은 삶의 저편에 분명히 존재하듯이, 아무리 가리고 덮고 지워도 진실이, 진실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려면 그것을 알고자 하는 의지와 거짓을 벗겨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보배 학생
국어국문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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