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운 기억에 빠져 들곤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내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이 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 무척 뜨거웠던 봄날을 회상하는 학생의 눈이 뜨겁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그날의 아픈 상처가 녹아 들어가 있었다.  
 
 어렸을 때 입은 화상으로
여름철 반팔 반바지 꺼려지기도

피부이식수술로 재생 가능하지만

완벽한 피부재생은 불가능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벼운 세치혀로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 잠깐의 호기로 전 재산을 몽땅 날려버리는 사람 등, 우리는 실수라는 인생의 변수에 항상 노출되어 살아가지만, 실수는 곧 사고다. 찰나의 부주의로 평생을 고뇌하는 이가 있다. 집에서 축구공을 차다 주전자 속 끓는 물에 팔다리를 데어버린 정희재 학생(정치국제학과 1)이다. 그와 함께 김우섭 교수(성형외과)를 찾았다.  

 

 

  -화상은 피부과에 가야 하는 줄 알았어요.
 “피부과 진료사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화상은 외과적인 사항이라 성형외과를 방문해야 해요. 응급 상황에서 피부과에 갔다가 성형외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촌각을 다투는 화상치료에서는 진료과를 헤매는 순간이 치명적일 수 있죠.”

  -4살 때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넘어뜨려 3도 화상을 입었어요.
 “희재 학생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열탕화상에 해당해요. 오른쪽 다리와 팔에 심각한 흉터가 남아 있는 걸 보니 당시 고통이 극심했을 거에요. 또한 화상부위가 커서 반바지나 반팔을 입어야 하는 여름이면 특히 신경 쓰였을 것 같아요.”

 -3도 화상이면 심각한 화상인가요.
 “3도 화상은 가장 정도가 심한 화상이에요. 피부조직이 괴사했기 때문에 화상을 입었을 때 상처가 깊은 부분은 통증조차 느낄 수 없는 거죠. 피부는 겉 피부 표피와 속 피부 진피로 나뉘는데, 3도 화상은 이 두 조직이 완전히 다 죽어버린 상태를 말해요.”

  -1,2도 화상은 3도 화상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2도 화상은 물집이 잡힐 수 있고 굉장히 통증이 커요. 화상을 피부 속까지 입었다면 2도 심재성 화상에 해당되고 겉에만 입었다면 2도 표재성 화상에 해당되겠네요. 2,3도 화상과는 달리 1도 화상은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가벼운 화상이라 굳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아요.”

  -1도 화상 환자에게 내원은 선택인가요.
 “1도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에 오려고 하지 않지만 통증 때문에 병원에 오는 분들이 있어요. 의사의 입장에서는 통증이 없더라도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는 것을 추천해요. 큰 화상이 아니라고 해서 방치하게 된다면 상처가 깊어져 심각한 화상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화상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에 차이가 있나요.
 “화상 정도를 결정짓는 것은 상처의 깊이에요. 상처의 깊이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져요. 1도 화상은 일주일 이내, 표재성 화상은 2~3주 내에, 심재성 화상은 최대 4주 정도의 치료 기간이 걸리죠. 1,2도 화상은 치료만 잘 한다면 흉터가 남지 않아요.”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흉터가 없어지지 않았어요.
 “안타깝지만 3도 화상은 치료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가 흉터가 완전히 없어지기 어려워요. 희재 학생은 화상을 입자마자 병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친 것도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화상을 깊게 입어 완벽한 피부재생이 불가능했을 거에요. 게다가 피부이식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도 아니고요. 3도 화상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사고를 당하면 평생 상처가 남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약물치료의 방법도 피부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정도라 아직까지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에요.”

  -피부 조직 확장술은 제게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피부 조직 확장술을 통해 흉터가 조금 개선될 수는 있어요. 두피, 안면부, 경부(목), 유방의 재건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수술이에요. 정상피부에 조직 확장기를 삽입해 피부를 약 1~2개월간 풍선처럼 팽창시켜 늘어난 조직을 이용해 화상 부위를 매꾸는 방법이에요. 부족한 정상피부를 보충하기 위해 최근 자주 시행되고 있어요.”

  -화상으로 물집이 생겼을 때 터뜨려도 되나요.
 “물집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권장해요. 최대한 청결한 환경에서 제거해야 하는데 병균이 많은 환경에서 하게 되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화상 부위에 된장과 치약을 바르면 좋다는 말을 들었어요.
 “된장이나 치약은 상처에 좋지 않아요. 민간요법을 믿고 바르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상처가 덧날 수 있어요. 감자와 오이도 마찬가지에요. 단기적인 진정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효과를 볼 순 없어요.”

  -화상 치료에 좋은 음식이 궁금해요.
 “치료에 좋은 음식은 딱히 없어요. 그러나 피해야 할 음식은 있죠. 물론 항생제를 처방받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음주는 화상 부위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해야 해요. 알콜은 체내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에 화상부위가 클수록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켜 상태를 악화시켜요. 무조건 잘 먹고 영양섭취를 골고루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가 화상치료에 영향을 미치나요.
 “피부 재생 속도가 너무 느린 고령의 환자가 아니라면 나이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어린 아이들은 피부가 약해서 화상을 깊게 입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피부 재생 속도가 빨라서 금방 회복하는 편이에요.”

  -화상을 입었을 때 응급처치는 어떻게 해야 했나요.
 “흐르는 물로 화상 부위를 진정시키고 신속하게 병원에 방문해야 해요. 간혹 주변에 물이 없어 물티슈로 화상부위를 닦는 경우가 있는데 물티슈는 환자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으니 자제해주세요.”

  -화상을 피할 수 있는 안전수칙을 알려주세요.
 “학생들은 언제나 화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교내에서 화학약품을 다루는 학생들이 화상을 입고 종종 병원을 찾아오곤 해요. 1차적으로 화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고 화재가 났을 경우 물이 있는 곳으로 대피해야 해요. 옷에 불이 붙었다면 입고 있는 옷을 빨리 벗어 불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화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에요. 나일론 소재의 옷은 화재로 녹아 몸에 달라붙을 수 있어요. 화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착용을 자제해 주시고요. 무엇보다 올바른 응급처치가 화상의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니 안전수칙에 맞게 행동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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