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和諍, 언어로 인한 당사자 논쟁을 조화롭게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원효대사가 1천 5백년전 도래한 불교의 다양한 쟁점을 부각시키고 이를 화해로운 마무리로 도출해 가는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때로는 원효 자신이 당나라로 유학을 가 배우고자 했던 현장법사의 법상종 논리를 격파하면서까지, 쟁점을 부각시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과연 원효의 지혜야말로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이룩한 창조적이고 원숙한 경론임에 경탄해 마지않을 수 없었다.

  화쟁논리를 전개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어떠한 주장도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적 타당성을 변별하여 확인하는 수용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부분적 일리가 실체적 존재를 지니지 않는다는 논리적 수용은, 대립적 측면을 회통하여 중간적 논리를 도출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 즉 불교논리학의 무아의 실천적 측면은 중간을 배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배중률 논리와도 구분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얽히고 맺힌 한으로 지금 한국사회는 우리가 지난 세기 근대화를 추진하였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상처받고 균열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40여년 짧은 시기에 동시에 이룬 이 나라에서도 압축 성장으로 불거진 부조리와 불균형 때문에 이렇게 정치적, 사회적 균열에 대처할 수 있는 자체적 관리능력이 결핍된 실정이다. 삼도수군절도사 이순신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1천7백만을 넘는 수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까닭도 우리 국민 모두가 열망하고 있는 구국의 혼을 담은 우국충정의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종북과 지역주의 갈등으로 균열되고 한국경제가 이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의 상대적 빈곤으로 노인복지와 청년실업을 방편으로 구하지 못하고, 징집으로 군복무에 나간 사랑하는 아들이 멍든 죽음으로 돌아오는 이 참담한 지경이다. 또한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대한민국 수립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와의 관계에 대한 균형적 외교에 대처하면서도 러시아와 일본의 동북아 강대국들과 지렛대 외교를 추진하여야 하고 언제나 틈을 노리고 있는 북쪽의 긴장과 함께 경제교류와 북한 주민에게만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듭하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리 사회를 지킬 버팀목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김형국 교수
 정치국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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