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에 관심없는 학생들
서로 만나는 교류의 장 필요
 
  ‘사귐’은 북한말로 교집합을 뜻한다. 사람들 사이에 교집합이 없으면 쉽게 사귈 수 없으니 북한에서 교집합을 사귐이라고 부르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것도 공통분모가 없어서일까? 물론 다른 문화, 다른 생김새, 다른 언어도 이들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말하는 주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발 맞추지 못하는 글로벌 마인드와 유학생 수= 중앙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매년 느는 추세다.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012년 512명에서 2014년에는 143명이 늘어난 655명을 기록했다. 어학연수생이나 교환학생도 마찬가지다. 각각 2012년 280명, 116명에서 올해 309명, 174명으로 늘어났다. [상단 인포그래픽 참조] 그러나 물질문화가 발달하는 속도를 비물질문화가 따라오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처럼 한국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가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의 바쁜 현실이 국제화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글로벌 마인드에 대해 어떻게 평가 하느냐는 질문에 이송주 학생(국어국문학과 1)은 “외국인 유학생을 신경 쓸 만큼 내 생활이 여유롭지 않다”며 “어차피 친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도 없고 친해진다고 해서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상목 학생(사회학과 3) 또한 “내가 여유가 많아야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연락할 수 있다”며 “일부러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말을 건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변창준 학생(융합공학부 1)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반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에 대해 변창준 학생은 “한국인들끼리만 있다 보니 딱히 그 누구도 국제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외국에 유학을 갔을 땐 영어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여기서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외국인 유학생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노화정 학생(경영학부 2)은 “외국인이랑 친하게 지내야지 아니면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박고은 학생(경영학부 1)은 “딱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한국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난학기 교환학생을 왔던 쳉웨이 학생은 “한국에 있을 때 한국 학생들과 교류가 있지도 않았고 한국 학생들이 자주 다가오지도 않았다”며 “문제는 한국 학생들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너무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교류 시스템 없다= 중앙대에는 해외대학이나 교환학생,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하는 부서로 국제처가 있다. 그중 유학생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국제교류팀에서는 매 학기 유학생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국제교류팀의 주요 행사로는 초청 교환/방문학생 오리엔테이션 및 수료식과 문화체험 행사, 외국인전형 입시설명회 등이 있다. [하단 인포그래픽 참조]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의 교류를 위해서는 좀 더 실질적인 교류의 장이 필요했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을 막론하고 실제로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국에서 유학 온 주청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과 활동에도 열심히 나가는 유학생 중 하나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 사이의 교류를 취지로 열리는 행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청 학생은 “한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MT처럼 같이 놀러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서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유학생은 유학생끼리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티 학생(광고홍보학과 석사 1차)은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들이 만나는 모임을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인터넷에서 한국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클럽 같은 걸 찾아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자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김상훈 학생(융합공학부 1)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프로그램만 만든다고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수업을 들을 때도 어울려서 같이 듣게 한다든지 모든 학생이 다 같이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선 문화를 뛰어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변창준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 당시 외국인들과 운동하면서 친해진 경우가 많았다”며 “스포츠는 국경이나 문화와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외국인 유학생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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