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 있는 연락에 반가움보단 피로함이 먼저. 사진 박가현 기자

스마트폰과 일체화된 20대의 초상
기술 발전보다 느린 의식 개선

소수에게는 불이익의 가능성도
사적 영역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 시시콜콜 쏟아지는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의 잡다한 소식, 정보들을 확인하는 데 몇 시간씩 소비된다. 넘치는 정보와 연락의 홍수로 인해 그야말로 잠겨 죽을 지경이다. 언제부턴가 커뮤니케이션과 정보는 적정을 넘어 과잉의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조별과제 자료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는 휴일을 가리지 않고 불시에 날아든다. 상대방이 바로바로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으면 조급함이 밀려온다. 김성윤 강사(교양학부)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기존의 전화기만 사용하던 시절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속도가 빨라졌다”며 “광속화된 속도는 사용자를 강박적인 리듬에 시달리게 한다”고 해석했다.
 

  사실 과잉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집’이라는 공간에선 사적 영역이 보장될 수 있었다. 기껏해야 집안에 울리는 전화기나 초인종이 사적 영역을 침범했다. 그마저도 우리는 얼마든지 거부하고 숨을 수 있었다. 또한 상대방이 이를 거부했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어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숨 쉴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항상 몸에 지니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 몸 하나 숨길 수 없게 됐다. 정준희 교수(신문방송학부)는 “지금은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면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구나’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자 스마트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한 사람은 불성실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김옥태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 미디어영상학과)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게 된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발달됐으나 의식 수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문화지체’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누구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시대에서 ‘누구나’에 속하지 못한 소수의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집단의 중요한 공지사항과 정보들이 주로 SNS를 통해 공지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지 않으면 제 몫을 다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김경미 전문연구원(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은 “미디어 활용 능력의 차이에 따른 정보격차가 발생하면서 불평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 불평등은 개인에게 고립감을 주고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조별과제를 위해서 카카오톡을 설치하라’는 식의 요구를 당연스레 받는다. 집단의 목표를 위해 개인에게 항상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발생하는 피로함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지도록 방관할 뿐이다. 정준희 교수는 이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기묘한 결합”이라며 “집단이 개인에게 의무를 강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집단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의식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정준희 교수는 “지금이 바로 스마트폰 사용 문화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한 다양한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옥태 교수 또한 “마음만 먹으면 미디어를 무기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는 시대기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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