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이라는 싱그러운 뜻을 갖는 청춘(靑春)이지만 대학생들에게는 그 뜻을 무색하게 만드는 고민들이 산적해있다. 다음주에 입대를 앞둔 학생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학생. 이들의 깊은 고민은 20대의 청춘을 꽃 피우게 할 수 있을까. 

 

 

 

인생을 뒤돌아보면 삶을 요동치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그 일들은 삶의 분수령이 되는데, 남자의 경우 입대가 그 중 하나임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입대를 일주일 앞둔 시한부 남학생의 심경은 어떨까. R&D센터 지하에서 친구와 놀 계획을 짜고 있는 남학생을 만났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30분을 뺐게 됐다.

 

열병같은 짝사랑을 뒤로 하고
준비하는 군 입대


-오랫동안 혼자 앉아 있는 것 같은데.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좀 일찍 나왔다.”
-친구와 무엇을 하기로 했는가.
“남자 둘이 무엇을 하겠나. 술 마시러 간다.”
-술을 좋아하나.
“사랑한다. 원래 소주를 좋아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니 막걸리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술 마시며 할 이야기가 있나보다.
“할 얘기가 많다. 다음주 입대라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어느 훈련소로 배치를 받았나.
“세종시에 있는 훈련소로 간다. 그래도 후방이라 다행이다. 친구들이 꿀 빤다고 질투한다.(웃음)”
-입대 준비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공수해 선임에게 헌납하면 군 생활이 편해진다는 팁도 사촌형에게 얻었다.”
-또 어떤 조언을 들었는지.
“튀는 행동을 하지 말고 중간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이 말에 충실할 생각이다. 죽은 듯이 있다 오겠다.”
-입대를 앞둔 기분이 어떤가.
“그저 먼 나라 이야기같다.”
-불안해 할 만도 한데.
“심지어 두어달 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조금씩 조바심이 나다가 이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해탈했나보다.”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가평에서 번지점프를 할 계획이다. 친구들과 입대 전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왜 하필 번지점프인지.
“얼마 전 놀이공원에서 급하강하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스릴이 넘쳤다. 군대에 가면 다시는 그런 기분을 못 느낄 것 같다. 번지점프를 통해 마지막으로 그 짜릿함을 만끽하고 싶다.”
-다른 계획은 없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번지점프를 한 후에는 가족들과 화목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배웅해 줄 여자 친구는.
“없다.”
-마지막으로 사귄 것은 언제였는가.
“중학교 때였다. 작년에 동기에게 고백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어떻게 고백했나.
“공강 시간에 그녀를 불러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심하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더라.”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문제였다. 서로 충분히 마음을 주고받지 않고 느닷없이 고백을 해 버렸다.”
-갑자기 고백한 이유가 있다면.
“그 전날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그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친구들이 다른 남자들에게 뺏길 수도 있다며 서둘러 고백하라고 부추겼다.”
-친구들이 원망스러웠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나였다. 짝사랑이라는 것을 오래하니까 못 쓰겠더라. 매일 SNS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접하며 혼자 끙끙 앓았다. 고백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참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백 후에는 어떻게 지내나.
“표면상 친구로 지내고 있다.”
-진정 친구라고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자주 봐야 해서 힘들었지만 이제는 담담하다.”
-그녀는 본인이 입대하는 걸 아는가.
“모른다. 그녀에게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연락하지 않은 이유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선뜻 연락하기 망설여진다.”
-군대에 가서도 생각날 것 같나.
“의식적으로라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미 나에게서 멀어진 사람이다. 입대한 후에는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군 생활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부대에서 기술이나 악기 다루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들었다. 전역한 후에도 도움이 되는 특기를 개발해 오고 싶다. 하물며 삽질이라도 배우면 나중에 쓸모가 있지 않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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