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라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꼭 따라붙는 세 글자가 있습니다. ‘철밥통’. 사회적으로 교수들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없진 않습니다. 바로 정년보장 때문인데요. 이 정년보장을 통해 교수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수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년보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기도 합니다. 정년보장으로 인해 나태하게 연구 혹은 교육을 하는 교수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연 특정 교수들의 나태함이 정년보장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 개인의 자질 문제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정년보장제도 문제라면 지난달 더 많은 교수들이 징계를 받았겠죠. 

  그렇다면 왜 교수들에게 정년보장을 해줘야 하느냐고 질문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질문에 자주 나오는 답변은 “정년보장은 교수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연구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사회 혹은 대학본부에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벨트”라는 것입니다.

  또한 교수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직장들과는 다르게 (인문대의 경우) 교수들은 40대쯤에 임용이 됩니다. 40대쯤이 되면 주위의 동기 혹은 친구들은 대부분 기업의 임원이라든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시기죠. 그러나 교수들은 이때부터가 시작입니다. 교수와 일반 직장인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그런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수의 정년보장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정년보장은 최소한의 안전벨트, 교수라는 직업의 특수성 고려

연구 소홀한 정년보장 교수들, 한국 대학 사회의 관성 깨야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철밥통’이라고 합니다. 교수라는 직업도 어찌 보면 철밥통 중 하나 입니다. 1987년 서울대가 시행한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교수정년보장제 덕분인데요. 몇 년 전만해도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장치였지만 과연, 지금도 그럴까요?

  최근 한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정년을 보장받은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실적은 정년 보장 이전 1년 동안 6.7편 수준에서 4년 만에 3.9편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381명 중 79%인 301명이 정년 보장 이후 논문 실적이 나빠진 것도 드러났는데요. 정년을 보장 받는다는 것은 곧 나태함을 보장받는다는 뜻도 됩니다.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인 것 처럼요.

  한국 대학들은 국제적인 평가에서 뒤처집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경제 규모에 비하면 대학 경쟁력이 낮은 편이죠. 그런데도 연구와 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교수의 이야기는 듣기가 힘듭니다. 파벌 싸움을 하거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처럼 남의 논문을 표절하고도 관행이라고 변명하는 교수들의 이야기는 자주 듣는데 말이죠. 한국 대학 사회는 오랫동안 도전정신을 잃고 특권에 안주해왔습니다. 더 경쟁력 있는 대학 사회를 위해 관성을 깰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4명 가운데 1명은 백수라고 합니다. 고학력자 실업문제가 심각하죠. 이 상황에서까지 무능한 교수의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 걸까요. 보다 실력 있는 교수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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