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감기에라도 걸리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밥 먹을 때나 공부할 때, 심지어 잠에 들 때까지 콧물이 따라다니는 탓이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365일 휴지를 들고 살아야 하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코뿐만 아니라 답답함에 속도 꽉 막혀버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재영 학생이 60여 종에 이르는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이승재 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냉면을 먹으면서도 줄줄 흐르는 콧물 때문에 고생하는 이가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전재영 학생(심리학과 3). 뜨거운 국밥도 아닌데 콧물이 줄줄 흐를까 싶겠지만 그녀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어 음식을 먹기만 하면 콧물이 나와 무척이나 괴롭다. 그녀의 고충을 상담받기 위해 정재우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찾았다.
  -저는 콧물이 자주 나는데 비염 증상인지 궁금합니다.
  “콧물은 비염의 대표 증상이에요. 비염에 걸리면 이외에도 재채기, 코막힘, 코 간지러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죠.”
  -어머니도 비염환자에요. 비염도 유전이 되나요.
  “대체로 비염은 유전적인 소인에 의해 나타나는 질병이에요. 비염은 환자 개인이 가지는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그리고 악화 인자 3가지가 있을 때 반드시 나타나요. 하지만 이 중 한 요인이라도 해당되면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집에서 고슴도치를 키워요. 애완동물도 비염에 걸리는 원인이 될 수 있나요.
  “하나의 환경적 요인이 될 수 있어요.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각질 때문에 비염이 생기기도 해요. 초가집이나 온돌집에서 살던 과거와 달리 인간의 주거환경이 바뀐 것도 큰 역할을 했죠. 충분히 환기가 되지 않는 아파트에서 현대인들은 집 먼지나 진드기에 의한 노출이 잦게 되었어요. 더불어 한국에서는 유발률이 15~20%일 정도로 점점 비염 환자가 증가한는 추세에요. 재영 학생에겐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비염은 완치될 수 없는 질병이라고 들었어요.
  “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완치가 어려워요. 원칙적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죠. 따라서 비염을 완치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고 정도에 따라 꾸준히 조절해가며 치료를 받아야 해요.”
  -처음에는 콧물이 많이 나서 코감기에 걸린 줄 알았어요.
  “코감기와 비염을 구분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을 살펴보면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발열, 전신 무기력함, 목이 아픈 증상이 일시적이라면 감기라고 볼 수 있고, 동시에 눈물이 계속 나고 눈 간지러움, 충혈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면 비염이거든요.”
 
엑스레이로 부비동염을 확인하고 있다.
  -부비동염과 비염도 구분이 어렵나요.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걸 부비동염이라고 하죠. 부비동염을 축농증이라고 부르기도 해요.코의 점막과 부비동의 점막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비염이 있는 사람은 부비동염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요. 부비동염을 치료하는 것이 천식과 비염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염환자들이 오면 축농증의 유무를 항상 확인하고 있어요.”
 
  -겨울보다 여름에 비염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정도 차가 있을 수 있어요. 사계절 내내 비염증상이 있다면 통연성 비염환자고요. 일부 계절에만 비염증상이 있다면 계절성 비염환자에요. 계절마다 날리는 꽃가루의 종류와 양이 다를 수도 있거든요. 환자 본인이 어떤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증상과 상태가 가지각색이에요.”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치료를 그만두었는데 걱정이 돼요.
  “비염증상이 완화되면 치료를 그만두는 게 당연해요. 비염치료는 단계에 맞춰 상태를 확인하며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아요. 비염 자체가 치료가 시급한 질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염은 명백하게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초래하는 질병이에요. 재영 학생도 심한 시기에는 먹는 약과 코에 뿌리는 약 2가지를 병용하고 심하지 않을 때는 간헐적으로 먹는 약만 먹는 것이 좋겠어요. 만약 2가지 방법을 시행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면역치료를 해야겠죠.”
  -면역치료가 뭔가요.
  “면역치료는 증상이 영구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환자의 체질개선을 해주는 방식이에요. 약물치료는 치료를 그만두면 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면역치료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바꿔서 비염을 거의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죠. 환자의 증상과 신체특성에 맞는 물질을 찾아 면역치료제를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이 치료를 하게 되면 보통 1년 정도가 소용되는데 7,80%의 완치효과를 거둬요.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나이 많으신 분에게 권하지 않고 젊은 층에게 많이 시행을 하고 있어요.”
 
폐기능 확인을 위해 숨을 참고 있는 전재영 학생.
  -비염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 있을까요.
  “전재영 학생은 집 먼지나 진드기에 예민한 체질이에요. 검사 결과 유럽진드기, 아메리카진드기, 그리고 과실의진균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체질이더라고요. 실내에서는 환기를 자주 해주세요. 바닥에 카펫을 깔지 말고 침구를 자주 세척해서 사용해 주시고요. 소파를 청결하게 사용하고 인형을 멀리하는 방법도 있어요. 외출 시에는 꽃가루 경보를 미리 확인하고 황사를 피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에요.”
 
  -비염에 좋은 음식을 알고 싶어요.
  “비염 개선에 효과적인 음식이 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어요. 환자의 체질에 따라 좋음 음식과 나쁜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먹어본 음식이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았다면 그 음식을 피하면 되요. 한약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환자 개인에게 적합한 한약재를 찾아 처방받고 복용해야 해요.
  -비염에 관련한 민간요법들이 많은데 믿을 만한 정보인가요.
  “민간요법은 결국 과거의 경험에 축적된 것들이기 때문에 100%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도 상당수 있으니까요. 요즘 제약 회사들은 민간요법에서 발견된 성분을 가지고 신약을 개발하기도 해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비염증상이 있다면 바로바로 병원을 찾아주세요.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참지 말아요. 비염만큼이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은 없어요. 죽을 병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일은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치료는 초기에 받을수록 좋으니 앞으로 학생들이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고 비염으로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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