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랑을 녹여낸 음악, 청중의 마음을 녹이다
  • 김경림 기자
  • 승인 2014.08.3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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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좋네요 1. 바겐바이러스
                                           

익숙한 말들과

기억에 남는 멜로디로

흠뻑 적시기보단

촉촉이 대중에게 스며들다

 
▲ 사진 박가현 기자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30분이면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달콤한 사랑노래를 들을 수 있다. 자작곡을 부르던 도중에 트로트를 편곡했다며 들려주는 그들은 보컬, 기타, 퍼커션으로 구성된 바겐바이러스다.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한 덕분에 지나가던 어르신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일도 종종 있다. 대중들을 직접 만나길 좋아하는 바겐바이러스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한강거리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바겐바이러스는 봄과 겨울이 되면 열차 이벤트칸에 탑승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봄에는 벚꽃이 피어난 풍경에 노래를 곁들이고 겨울엔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며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들의 노력만큼 부르는 노래도 듣는 이 위주다. 차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할인(Bargain)처럼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퍼뜨리고 싶어서다. 그 중심에는 리더 최한울씨(30)와 보컬 안상윤씨(25), 기타리스트 고영확씨(27)가 있었다.

  최한울씨는 30대에 들어서는 나이에 음악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 회사에 입사했지만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나선 것이다. 실용음악과 학생인 안상윤, 고영확씨도 그의 작곡 실력을 인정한다.

  “보통은 작곡할 때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트를 놓고 하잖아요. 형은 작곡을 따로 배운 적도 없는데 그냥 머리에 떠올려서 해요. 그럴 땐 정말 천재 같아요.(웃음)”

  최근 지하철에서 부녀가 헤어지는 순간을 마주한 최한울씨는 그 장면을 바탕으로 곡을 작업 중이다. 창문에 코가 뭉개지는 것도 모른 채 지하철에서 내리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 그의 목 늘어난 티셔츠와 무릎 나온 바지가 최한울씨의 마음을 울렸다.

  한 번 보고 지나칠 법한 이별의 상황을 그는 연인 사이의 감정과 연결 지어 곡에 입혔다. 그만의 색다른 시각으로 읽어내는 상황은 상상력이 더해져 순식간에 멜로디로 탄생한다.

  최한울씨가 작곡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면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은 안상윤씨는 작업 중인 음반에 그만의 편곡 방식을 반영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덕분에 그의 손을 거친 곡은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다. 그의 음악은 어쩌면 순수한 노력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예술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 중엔 노력보다 선천적인 재능을 더 높이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음악을 하려고 했을 때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너 음악 하지 마라’였어요. 그땐 완전히 음치였거든요.(웃음) 지금도 연습으로 극복하고 있지만요 ”

  바겐바이러스의 노래는 유난히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 작곡과 더불어 작사를 담당하는 최한울씨가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는 따라 부르기 쉽도록 멜로디와 리듬을 단순하게 구성해 청자에게 편안한 음악을 만든다. 보컬 안상윤씨 역시 음색을 다듬어 부르기보다는 가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편이다. 가사에는 주로 사랑처럼 일상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저희는 노래에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 않아요. 음악은 철저하게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성적인 생각을 넣다 보면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요.”

  작사·작곡을 바탕으로 나온 노래에 고영확씨의 기타연주가 덧입혀지면 드디어 바겐바이러스가 무대로 오를 요건이 갖춰진다. 고영확씨는 학창시절부터 교회와 학교에서 밴드활동을 이어왔다. 오랫동안 기타소리의 매력에 빠져있는 그로서는 베이스와 드럼을 추가해 소리가 풍성한 풀 밴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다양한 악기들이 가지는 폭넓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쿠스틱의 감성을 넘어 색다른 시도를 꿈꾼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건 역시 팬들이다. “저희 음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에게서 큰 힘을 받아요. 생활이 안정될 수 없는 직업이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음악에 대한 확신으로 견디죠.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열망이 불안감을 넘어선 거예요. 농부가 농사를 짓듯 꾸준히 기다리며 노력하고 있어요. 완성도 높은 음악이 쌓이고 쌓이면 자연히 공연비나 저작권료가 오르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바겐바이러스의 공연 소식을 들으면 하던 일도 제쳐두고 달려오는 팬을 많이 만드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그들의 음악은 대중의 일상에 녹아 힘찬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이 주의 노래

있잖아요... 사랑해요

  ‘있잖아요... 사랑해요’는 바겐바이러스의 세 멤버가 처음으로 함께한 곡이다. 작곡부터 프로듀싱, 믹싱까지 모두 그들의 손을 거쳤다.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언 소리가 곡의 시작을 알리면 기타의 잔잔한 연주에 이어 보컬이 활기를 더한다. 섬세한 클래식 기타 소리는 부드럽게 멜로디를 이끈다. 덕분에 힘찬 구석이 있는 바겐바이러스의 또 다른 색깔이 엿보이기도 한다. 감미로운 사랑 노래는 단순하면서도 귀에 오래 남는 멜로디로 완성된다. 이 노래에는 바겐바이러스만의 장치가 있는데 바로 곡이 진행되는 동안 네 개의 코드만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듣는 이가 직접 연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곡자의 배려가 담겨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듯 보이지만 ‘있잖아요...사랑해요’는 사실 즉흥적으로 작곡됐다. 강남역을 거닐다 문득 머리를 스친 멜로디가 하나의 곡으로 탄생한 것이다. 연인이 되기 전 풋풋한 상황을 연상시키는 말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살포시 간지럽힌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기타를 잡고 마음에 담았던 누군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어느새 바겐바이러스와도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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