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이라 쓰고 고뇌의 시작이라 읽는다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4.08.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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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10:30

  디오니소스가 지배하는 밤에는 너도나도 센치해진다. 은은한 달빛의 파장이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탓이다. 캠퍼스를 오가며 지나치던 중앙대의 학생들은 깊은 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해방광장과 중앙마루에서 서로 다른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생의 고민을 두고
  각개전투로 맞서는 그들

  든든한 형, 오빠, 높은 학점의 소유자, 그러나 조금은 촌스러운 이미지. 복학생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달무리가 진 어두운 밤 유난히 음침한 해방광장 구석에서 두 명의 25살 복학생을 만났다.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한 헤어스타일, 마실 나온 것 같은 편한 옷차림의 그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적지 않은 대학생활을 했음에도 방황하는 그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서로 언제,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B 작년이었죠 아마.
  A 공모전 인원을 모으다가 친구 소개로 만났어요. 회의할 때 몇 번 본 게 다인데 그 이후로 이상하게 길에서 자주 마주쳤죠. 동갑인 덕분에 쉽게 친해졌어요.
  -공모전 결과는 어땠나.
  A 딱 두 번 회의하고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포기했어요.
  -공모전을 버린 대신 사람을 건진 건가.
  B 잘 건졌는지는 모르겠네요.(웃음)
  -공통된 고민거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복학한 후 우리가 겪고 있는 방황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여자와 관련된 문제일 것 같다.
  B 여자친구 없어요. 군대 가기 전에 썸을 타던 여자가 있었는데 주위에서 자꾸 설레발 치는 바람에 흐지부지 돼버렸거든요.
  -학과 여자 후배와 만나는 건 어떤가.
  B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후배들이 어리게 느껴지기도 하고 관심사나 취향이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도 못 잡겠어요.
  -그럼 어떤 경로로 이성을 만날 수 있나.
  A 아무래도 소개팅 말고는 힘들지 않을까요.
  B 그렇긴 한데, 소개팅으로 만나면 서로 인연인지 확신하기 어렵지 않나요? 저는 자연스럽게 알아가면서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복학한 후에는 주로 혼자 다니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전역 후 무엇이 많이 달라졌는지.
  A 상당히 달라요. 1학년 때는 함께 몰려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복학하고 나니까 다들 어디로 갔는지 혼자 다니게 됐어요.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졌다는 말인가.
  B 맞아요. 1학년 때는 어딘가에 소속된 느낌이 있었거든요. 군대를 다녀오니 그런 기분을 더 이상 못 느끼겠어요.
  A 저는 아니에요. 학생회 활동도 했고 난타 동아리에 들기도 했어요. 학교 밖에서는 국토대장정이나 다문화멘토링 같은 활동에도 참여했고요. 단체에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과 별개로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방황을 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다.
  A 마치 사춘기 때 느끼던 감정 같아요. ‘어떻게 살아야 되나’하는 고민을 곱씹게 되는.
  B 공감해요. 괜히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서 결국 지난 학기에 휴학하게 됐어요.
  -1학년 때 받은 성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 건 아닌가.
  B 그것도 맞는 소리네요. 펑크가 워낙 크게 나서 학점 복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A 저는 전역하고 첫 학기까지 성적이 꽤 좋았어요. 대충 4.3점 정도였나. 그런데 그 이후의 성적은 눈 뜨고 보기 힘들더라고요. 지난학기에 3.3점으로 떨어졌다가 이번학기에는 2.5점으로 더 곤두박질쳤네요. 다 전역하고 고민이 많아진 탓이에요!
  -큰 고민이 있었나보다.
  A 당시 여자친구와의 문제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고민이 있었어요. 앞으로의 삶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고 할까요. 준비하던 고시 공부를 포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복잡해서 갈피를 잡기 힘들었어요. 어떤 공부든 다 손에 안 잡히더라고요.
  -다음학기 계획은 세웠나.
  A 휴학을 할 계획이에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망설여지긴 하지만 젊을 때 고민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많이 흔들려볼 생각이에요.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휴학하는 것인지.
  A 이미 진로는 어느 정도 생각해 놓았어요. 나중에 도시 설계와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요. 이번 휴학은 진로와 연관이 없는 다양한 일을 경험하기 위해 하는 거에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다.
  A 맞아요.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어요. 앞으로 얼마나 살지도 모르고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재밌는 것은 알고 살아야죠.
  B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해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인생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진로에 대해 여유를 갖는 건가.
  B 요새는 하도 취업이 어렵다보니 이른 나이부터 진로를 확정하는 것이 좋다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삶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A 여유를 갖는 편이 나아요. 1학년 때부터 학교의 지원을 받아서 고시 공부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준비해봤어요. 이른 시기에 섣불리 진로를 결정하면 오히려 나중에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할 것 같아요.
  B 25살이면 그래도 아직 한창인 나이 아닌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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