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컨디션이 회복된 김병오 선수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아라 기자

부상으로 찾아온 선수생활의 위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크해

  “이기고 싶었어요. 나도 한번 이기고 싶었어요. 이길 수 있었어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속 주인공 감사용은 연속된 실패 앞에 이렇게 말한다. 이기고 싶었다고. 이길 수 있었다고…. 어릴 적 프로야구선수에 대한 꿈을 품고 성장한 감사용. 하지만 성인이 된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야구복이 아닌 회사 사원복이었다.

  그러던 그에게도 꿈같은 현실이 찾아왔다. 우연한 기회에 신생 야구구단인 ‘삼미슈퍼스타즈’에 입성하게 된 것. 신생이어서 혹독한 것일까. 삼미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구단과의 경기에서 계속된 실패로 ‘꼴찌’란 별명을 달게 된다. 이에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소리친다. “어떠한 위치에 있던 최선을 다해. 그게 프로야!”

  스포츠기획을 준비하며 강원도 평창에서 2014 KBL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김병오 선수(체육교육과 10학번)를 만났다. 그는 이미 한차례의 드래프트를 도전했지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안 될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어요.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부상을 입었거든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2013 KBL 신인 드래프트 현장이 생생히 그려졌다. “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죠. 당시 주변 선수들은 드래프트에 호명되며 하나둘씩 현장을 빠져나가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끝내 호명되지 못했어요.” 혼자 덩그러니 발표 현장에 남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 김병오 선수. 그에게 세상은 잔인한 드라마였다. 모두가 현장을 빠져나간 텅 빈 공간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람인지라 먹먹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때 현장에 부모님을 모시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김병오 선수가 2013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부상에 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무릎 부상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만 것. “고등학교 1학년 때 연습을 하다 무릎뼈가 살짝 돌아갔어요. 그때부터 탈골 수술하면서 조금씩 부상이 잦아졌던 것 같아요.” 그 이후 김병오 선수는 몇 차례의 무릎 수술을 더 받게 됐다. 선수에게 있어 부상은 시한부 선고와 다를 바 없지만 그는 한시도 농구선수란 꿈을 접지 않았다. 그에게 농구는 풀지 못한 숙제였기 때문이다. “처음 농구를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제겐 그만큼 절실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그 해답은 찾지 못했어요.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그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결국 김병오 선수의 절실함 한 줌, 용기 한 줌, 눈물 한 줌이 모여 재도전이란 열매를 맺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디다고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였다. 중앙대 농구부를 졸업하고 난 뒤 김병오 선수는 현재 강원도 평창에 있는 재활훈련센터에서 몸을 다지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일과는 자정이 돼서야 끝이 난다. 지겨우리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제가 딱 농구를 시작한 지 10년 하고도 2개월이 넘었어요. 그만큼 몸에 규칙적인 생활이 각인된 거죠. 그런데 이곳은 같이 농구코트를 누비던 감독님도, 동료들도 없어요. 제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크더라고요.”

  나태해지고 싶어도 나태해질 수 없는 그 심리적 압박감이 김병오 선수의 가장 큰 적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제 키가 220cm가 넘어서 한때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솔직히 지금은 사람들에게 저란 존재가 잊혀질까 두려워요. 제가 그만큼 경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잖아요.” 왕의 자리에 앉으려면 그 자리에 걸맞은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김병오 선수에게도 그 무게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문득문득 농구선수가 아닌 삶을 그려본 적은 있지만 그래도 현재는 프로가 되고 싶어요. 평생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제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할 거예요. 이번 2014 드래프트가 제 인생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제 곧 그가 농구코트 위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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