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출신으로 운동만을 해온 그들. 프로가 되는 문턱은 높지만 프로 외에는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 그런 그들이 프로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경우 그들은 두 가지 기로에 놓인다. 프로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길. 그리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 제2의 직업을 찾는 길. 두 가지 길 모두 그들에게는 쉽지 않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중대신문은 이처럼 프로가 되지 못한 선수들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봤다.

▲ 버릇처럼 유니폼을 입던 선수들, 그들에게 유니폼이 아닌 다른 옷들은 아직 어색하다. 사진 양동혁 기자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제2의 삶을 살아가다

  이건우 학생(가명·체육대 졸업생)은 21살에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11살이던 그는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동네 꼬마가 아닌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축구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그 꼬마는 21살 청년이 되어 축구선수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건우 학생은 중앙대에 입학하던 21살 때 본인이 10년 가까이 놓지 않았던 축구선수를 향한 꿈을 내려놓는다. 그는 중앙대에 축구선수 특기자로 입학했지만 입학과 동시에 공부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때 많이 다쳐서 오래 쉬게 됐어요. 재수를 해서 중앙대에 들어왔는데 처음엔 1,2년 운동하다가 안 되면 공부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공부를 할 생각이면 일찍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하셔서 입학하면서 바로 전향하게 됐죠.”

  축구선수에서 일반학생으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축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손을 놨던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워했었어요. 체대 입시로 들어온 애들도 중·고등학교 때 교육을 받은 애들이라 과연 내가 일반학생들이랑 경쟁해서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죠.” 

  하지만 그의 걱정은 걱정에서 그치게 됐다. 일반학생들이나 운동선수 출신들이나 모두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처음 배운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일반학생들이나 운동선수 출신이나 똑같다는 것을 느꼈어요.” 공부를 두려워하던 그는 4년 내내 장학생으로 이름을 올리며 운동선수 출신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긴장의 연속인 합숙소 생활을 하던 이건우 학생의 눈에는 대학생활은 색다름의 연속이었다. “20년 동안 겪지 못한 걸 20살 이후에 겪으니까 색달랐어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넓어지는 것 같았죠.” 특히 매일 보는 축구부 친구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는 경험이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4년 동안의 학부생활을 후회 없이 보낸 그는 올해 교육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건우 학생은 체육교사이신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교사도 꿈을 꾸고 있지만 더 나아가 대학 강단에 서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꿈도 꾸고 있다. “교사라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대학원에 들어왔지만 더 나아가서 박사까지도 하고 싶어요. 교수의 꿈 역시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축구를 놓은 것에 대해서 후회나 미련은 없다고 말하는 이건우 학생. 그는 본인처럼 전향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본인이 봤을 때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빨리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 일찍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죠. 미리 생각을 안 했더라면 방황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는 본인의 경험이 담긴 진심 어린 조언을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조재훈 동문(가명·체육대 졸업생) 역시도 운동선수 출신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삶이라고 해서 결코 스포츠 계통과 동떨어진 일은 아니다. 현재 그는 재활트레이닝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운동선수에서 일반학생의 삶으로 전향하게 된 것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욕심 때문. 운동선수로서의 불확실함과 공부에 대한 욕심이 그를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하기 시작해서 사춘기 시절까지 운동만 하다 보니 공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전공을 체육 쪽으로 선택해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감독님을 만나면서 기회가 찾아왔죠.”

  졸업을 하고 나서 그는 체육부 조교, 유소년 스포츠클럽 등 운동과 관련된 직종에서 계속 자신의 미래를 이어나갔다. 그는 앞으로도 스포츠라는 테두리 안에서 계속 일을 하길 바라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스포츠 분야에서 튕겨 나가고 싶지 않아요. 체육 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는 영업사원 등으로 빠지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스포츠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경험해보고 싶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