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인터넷 방송’은 기존의 방송과는 달리 BJ(Broadcasting Jockey)들이 극본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영상을 찍는 것까지 모든 것을 맡아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먹방’과 같이 가벼운 장르부터 시사를 다루는 무거운 부분까지 그 주제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는 명확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방송 통제의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이번 트렌드 진단서에서는 BJ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인터넷 방송의 이면을 알아보았다.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방송국
 증상

게임에서 시사까지
수많은 방송 장르

캠코더의 전원이 켜지면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들, 개그를 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그 열정만 있다 해서 쉽게 공공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돈과 방송국의 진입 장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 방송은 그런 이들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캠코더와 마이크, 기타 필요한 방송 장비를 컴퓨터에 설치하고 의자에 앉으면 끝이다. 카메라의 불이 켜지면 시청자와 그들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두가 소통하는 시사방송을 만들다
  망치’ 부인이라니. 여자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닉네임이다. “시청자들이 이 단어를 한 번 들으면 기억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녀는 아프리카TV에서 지금까지 4만 시간을 넘게 방송했고 손꼽히는 BJ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첫걸음은 미미했다. 방송을 하기 전 망치부인은 학원에서 ‘사회탐구’ 과목의 강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가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일을 하던 지인의 권유로 마이크를 잡게 됐다. 2007년 1월 17일 우연히 시작한 그녀의 방송은 이제 햇수로 8년째를 맞았다. 방송을 시작한 그날부터 망치부인은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BJ로 활동하는 망치부인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는 강사를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길을 택했다. 
 
  기존의 제도권 언론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한 망치부인은 시청자와 방송사가 서로 소통하는 언론을 만들었다. 제도권 언론이 시청자의 실시간 반응을 느끼기 어려운 반면에 인터넷 방송은 즉각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방송 안에서 하나의 ‘여론’이 형성됐다. 실시간 공감과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나 혼자 만드는 방송이 아닌 시청자와 함께하는 방송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사 문제를 이해하기 쉽도록 알려주는 망치부인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은 점점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시청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지기 마련이었다. “방송을 시작한 후 몇 년이 지나자 제가 필요성을 언급했던 부분들이 캠페인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뿌듯했습니다.” 
 
  망치부인은 채팅창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대표 전화를 만들어 SNS와 문자로 소통했다. 그런 그녀에게는 기억에 남는 팬들도 수없이 많다. 그녀는 방송 시작 후 매일 1등으로 들어오던 팬에게 채팅창 관리를 부탁했다. 하지만 며칠 후 팬의 어머니를 통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는 답을 듣게 됐다. “중증 장애인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방송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서 광적인 클릭을 했다는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손주를 통해 망치부인을 접한 8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녀의 방송을 보고 취업에 도움을 받았다는 청년들. 게다가 정치적인 이슈에 마음을 함께해 삭발한 57명의 시청자도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자산이 됐다.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그녀의 입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욕설을 남기고 지나친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BJ생활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정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 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수천 명이 기다리는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방송을 만들어가는 것과 그 이야기가 다른 목소리로 사회에 퍼지는 것을 보면 상당히 뿌듯합니다.” 
 
  망치부인은 자신이 잊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기간 갇혀 있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망치로 벽을 뚫어 탈출하는데 도망치는 도중 망치를 버려요.” 그녀는 도가의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를 방송 신조로 삼고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룬 뒤에는 그 자리를 떠나서 잊히라는 뜻이다. “제가 꿈꾸는 상식이 통하는 민주주의가 이뤄지게 되면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중계해주는 여자
 
  서든 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스타크래프트는 게임계에서 ‘유물’과 같은 존재다. 이제는 케이블TV 게임 중계방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스타크래프트 1’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게임 자체가 20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TV에서는 볼 수 없는 향수를 느끼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BJ는 여성 게임 해설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랑e’다. 
 
  그녀 역시 뜻하지 않았던 기회에 BJ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10대 후반부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연히 작은 소속사에서 연락을 받아 오프라인 지방행사 MC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일이 적성에 맞았던 그녀는 인터넷 방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평소 가장 많이 즐기던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기에 부담도 없었다. 
 
  “여자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들 신기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게임하는 여자에 대한 로망도 있는 것 같고.” 그녀는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확실히 갈린다고 말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여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신선하고 좋다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그 정도가 심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었다.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고 울기도 하며 방송을 쉬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겨 무시하거나 강제퇴장시키고 다시 진행을 합니다.”
 
  사랑e는 자기가 하는 게임을 보여주는 것에 더불어 직접 ‘BJ 리그전’도 개최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으로 활동하고 있는 은퇴한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대회를 여는 것이다. 오프라인이라면 게임 중계만으로 끝나겠지만 혼자 개인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모든 일들을 혼자 도맡아 한다. 상금을 걸기 위해 스폰서를 구하는 것부터 맵을 정하고 선수 섭외를 하며 당일날 중계를 하는 것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다.  
 
  BJ 리그전을 열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지금은 해설자의 입장이지만 한 명의 시청자이자 팬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었고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SNS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소모임과 정모를 통해서도 팬들과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팬과 BJ의 관계로 시작을 하더라도 결국 오빠 동생이 된다는 그녀에게는 인상적인 팬들이 수없이 많다. “방송이 끝난 후 밥을 제때 못 챙겨 먹는 것 같다며 피자 기프티콘을 남기고 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군가 이렇게 저를 걱정해 준다니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수많은 방송 콘텐츠 중에서도 게임 방송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인터넷 방송뿐이다.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인터넷이나 온라인을 통해 진행이 되다 보니 더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다른 콘텐츠는 TV에서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지만요.” 방송을 준비할 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을 통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그녀는 이제 한 방송국의 어엿한 프로듀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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