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첫 경험은 설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경험했던 일들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조별과제를 했을 때도 설레었었다. 지난 4일 잠에서 깨자마자 선거를 하기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오후로 예정된 학과 소모임 소풍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투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등재번호를 확인하고 주민등록증을 챙겨서 떨리는 마음을 안고 투표소로 향했다. 수많은 투표지를 받고 일전에 떠올렸던 후보자들에게 투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했던 손에 도장을 찍는 여유도 부렸다. 몇 분 만에 끝나버린 첫 선거는 허무함보다는 더 큰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지방선거일은 무더운 여름 날씨로 인해 아스팔트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는 지방선거의 판세에도 옮겨간 듯 보였다. 대부분의 지역이 혼전양상을 띠였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무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가 국민들의 선거 참여에는 옮겨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지방선거 투표율 56.8%라는 숫자는 최고치라는 명예 이면에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모든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에 기초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 기자가 한 말이지만 대한민국의 작금의 현실에 적용하기에 충분하다. 관심을 기초로 하는 정치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 직접 참여한 시민으로서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을까 한다. 유권자로서 갖는 권리를 이행한 사람에게는 그들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르는 ‘한 표’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한 자들이 뱉어내는 비난은 그들만의 아우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주어진 권리를 포기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에 어떠한 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유권자인 나 스스로를 반성해보고자 한다. 사실 투표를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면적인 권리행사를 했을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유권자의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앞장서는 기초의원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후보자들의 공약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다. 논쟁이 된 공약을 살펴보지 않았고, 후보자들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토론회도 무심했다. 투표를 하는 과정이 아름답지 못한 유권자였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나를 반성한다.

  이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에 임했던 자세를 비판하려고 한다. 이번 선거는 겉으로는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흙탕물 선거였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선거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선거 홍보물에서조차 후보자간의 비방이 난무했고 토론이라고 할 수 없는 토론이 진행되었으며, 어김없이 색깔공세를 이어나갔다. 자신의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자의 공약을 깎아내리는 태도도 보기 불편했다. 또한 시민을 대표하려는 자세보다 소속된 정당을 대표하려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아쉬웠다. 후보자들과 정당은 자성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참여를 호소하면서 정작 변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굉장히 모순적으로 비춰질 뿐이다. 한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로서 정치인에게 조용하지만 깨끗한 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선거는 끝이 났다. 이제 민주적인 절차로 뽑힌 이들을 믿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의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후보자였던 이들이 당선자가 되어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또한 당선자들은 선거에 임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정당이 아닌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정치인과 시민 모두 서로가 노력해서 다가올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도 첫 선거에서 느꼈던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영 학생
신문방송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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