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
전체로서의 다양성 보여줘
아직은 방송법상 규제 미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매체가 TV라면 TV가 남긴 성긴 부분을 채우는 매체는 인터넷 방송이다. 공중파 방송엔 절대 오르지 못할 신랄한 시사방송, BJ의 찰진 입담으로 승부하는 게임 중계방송, TV 예능을 능가하는 먹방(먹는 방송) 등 대중매체를 피해서 간 곳에 인터넷 방송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소수의 취향을 접수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다품종 소량 생산된 비주류 상품이 대중적인 주류 상품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높여감) 전략을 구사하는 인터넷 방송은 기성 대중매체와는 전혀 다른 방송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와 BJ의 심리
  인기 먹방 BJ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을 펼쳐 놓으면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이에 허기를 느낀 어떤 시청자는 컵라면이라도 먹으며 방송을 본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도 ‘내가 왜 저들이 밥 먹는 것을 봐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정준희 강의전담 교수(신문방송학부)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정신분석학적으로 ‘관음증’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인 관음증은 반드시 성적 욕망에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은 일상에서 보기 힘든 기이한 행동, 절세가인, 정치인에 대한 속 시원한 까대기 등을 훔쳐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한편 관음증을 당하는 사람인 BJ의 심리는 ‘노출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BJ들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상에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순화된 형태의 노출증이라고 한다면 인터넷 방송의 콘텐츠는 좀 더 직접적이고 대담하다.
 
  BJ의 노출증과 시청자의 관음증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만나 삼합을 이뤘다. 시청자들은 BJ와 원격상태로 있어 훔쳐보는 것을 들키기 어려우며, 활동의 익명성은 관음할 수 있는 환경을 심화시켰다. 또한 노출증과 관음증 모두 욕망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는 센세이션 해야 한다. 가령 먹방이라면 그냥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어야 하고, 미인에 마른 사람이 먹어야 인기가 높다.
 
  인터넷 방송, 법으로 규제 가능할까
  아프리카TV는 회원수 1,000만 명에 BJ도 22만 명에 달하는 영향력 있는 인터넷 방송 사업자 중 하나다. 간혹 BJ들은 인터넷 방송의 큰 파급력을 간과하고 욕설이나 불건전한 내용을 그대로 내보낸다. 한 여캠방(여성 BJ가 자기얼굴을 비치면서 방송하는 것)을 운영하는 BJ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을 벌기위해 노골적으로 상반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이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체적인 규제로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방송법에 따르면 그 대상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DMB에 한정돼 있어 인터넷 방송엔 실효성이 없다. 다만 인터넷 방송 콘텐츠의 내용이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일 경우 형법상으로 제재 받을 수는 있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
  인터넷 방송이 인터넷 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사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수단이 문자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으로 확대됐다. 자연스럽게 방송의 영역은 비전문가들도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관문이 낮아졌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는 개인들이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지만 얼마나 인기를 끌 수 있는 가는 개인의 몫이다. BJ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애청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쇼맨십을 준비한다. 이에 인기 BJ는 애청자들로 이루어진 두터운 팬덤(fandom)을 가지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스타 배우들에게 품는 팬심과는 다르다. 팬덤은 BJ의 관심사에 강력히 공감하며 BJ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 나타난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방송은 대중적인 속성으로 확장되기엔 한계를 가지고 있다. BJ들은 대중의 취향을 존중한다기보다 자신의 관심사에 특화된 개성 있는 방송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의 콘텐츠가 소수의 취향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범위는 매우 확장될 수 있다. 인터넷 방송이 매스미디어가 될 수는 없지만 전체로서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취향미디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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