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현상이 말 그대로 으리으리합니다. CF에서 김보성씨의 모습이 한 번, 두 번 보이나 싶더니 어느새 전국민적인 유행이 됐습니다. 며칠 전에는 6.4 지방선거에 여야를 불문하고 ‘투표는 의리’라는 선거문구로도 사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의리’가 뜻하는 의미는 간단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자는 것이죠.

  그러나 실질적인 노력 없이 말해지기만 하는 의리 열풍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세월호 참사 사건과 그에 따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 등, 신뢰가 떨어진 이 사회에서 홀로 '해야 할 일‘을 외치는 모습은 어딘가 공허할 뿐이죠. 의리라는 말이 단순히 광고에서 재미로 소비되는 것에 그치는 것 같아 입이 쓰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의에 죽고 참에 사는’ 중앙인들은 진짜 의리를 지키고 있을까요?

  기자는 이번 총학생회 중간평가를 취재하면서 씁쓸함을 느꼈는데요. 양캠 단과대 학생회장들을 만나 이들에게서 학생들의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학우들은 자신이 관련된 일이 아니면 나머지는 무관심한 것 같다”며 “쌍방향이 아닌 학생 대표에서 일반학우로의 일방적 소통만 있다 보니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활동하는 것을 티낼 수도 없는 고충이 있다고 합니다. 광고한다고 생각할까봐요. 이런 상황에서 학생 대표 입장에서는 뽑아놓기만 하고 나몰라하는 유권자들이 ‘의리’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의리는 쌍방의 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쪽의 일방적이기만 한 노력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죠. ‘해야 할 일’을 외쳤을 때 그 의미를 공감하고 같이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 자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표해서 ‘뽑았으니 그만’이 아니라 학생 대표자들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힘을 쓸 때 잘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까지가 의리입니다.

  학생 대표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우리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습니다. 서울캠은 교양 과목 개설에 학생 대표 참여, 복수전공 여석 확대 등, 안성캠의 경우 시설 보수와 실습 학과들의 노후화된 실습 기구 재구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모두 개선돼야 할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개선들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우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이 없다면 성과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20대의 높은 사전 투표율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20대의 정치참여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평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중앙대 학우들의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보면 언론의 내용은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지금이라도 양캠 총학생회 SNS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다음학기부터는 함께하는 학생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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