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프로를 준비한 선수들
도전도, 포기도 모두 용기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좇아갈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의 문턱이 너무 높을 때 그것은 커다란 압박이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달려왔던 그들이기에 그렇다.
높은 프로의 문턱, 선수들은 초조해진다
야구부 김귀용 선수(스포츠과학부 4), 이준영 선수(스포츠과학부 4)는 오전 수업시간과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간을 훈련에 몰두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김귀용 선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드래프트, 프로 진출에 대한 부담이 계속 있어요. 뭘 하다가도 문득문득 갑자기 생각나죠.” 야구부의 에이스 이준영 선수 역시 프로의 문턱은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불안해서 운동도 잘 안되고… 사소한 것부터 부상 걱정까지 모든 일이 신경쓰여요.”
대다수의 대학선수는 보통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운동을 해왔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운동만을 위해, 프로가 되기 위해 달려왔던 그들이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시간이 촉박해 질수록, 프로 진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선수들에게 큰 짐이 된다.
새로운 진로는 막연함과 두려움사이
프로 진출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또 다른 진로를 고민한다. 대학원 진학, 유학, 취업 등 공부로의 전향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어렸을 때 공부와 운동이 병행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해왔다. 그런 선수들에게 갑자기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막막하게 다가온다.
프로의 꿈을 좇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김귀용 선수지만 플랜B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 보면 공부와는 점점 멀어지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영어 같은 것도 다시 시작하려면 기초부터 해야 하죠.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지도 너무 막연합니다.”
정보부재의 장벽
공부로 전향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뛰던 이호준 학생(스포츠과학부 4)에게 책상은 좁고 어색하기만 했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로 전향하고 처음에는 뭘 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 아니면 어학연수를 가야 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군대, 피할 수 없는
선수들도 국방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다만 프로 진출을 위해 군대를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프로 진출을 위한 준비를 계속하다가 결국 프로 진출의 꿈을 접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늦게 군대를 간다. 또한 진로에 대한 막연함에 군대를 가기도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봐왔던 야구부 고정식 감독은 프로가 아닌 결국 군대를 선택하는 경우를 봐왔다.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는 80~90%의 대학야구 선수들은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군대다. 군대에 있는 동안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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