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카메라는 상처로 물든 이들을 담았다
  • 조가희 기자
  • 승인 2014.06.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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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석 학생(사진전공 2)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 영정 앞에서 유가족이 흐느끼고 있다.

▲ 노동절 집회에서 장애인 참가자들이 이동하던 중 경찰과의 충돌이 발생해 한 참가자가 경찰에 밀려 넘어졌다.

▲ 세월호 추모 2차 국민촛불행동 중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던 집회참가자들과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투쟁 중 농약을 먹고 자살한 故유한숙 어르신의 100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명감이 투철한 사진가가 있다. 대한민국에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현장 속 피해자들의 상처를 사진을 통해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찍은 사진 속 밀양 추모제에선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촛불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월호 사건 추모식에선 아픈 상처를 반복하지 않으려 맞서싸우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었다.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 직접 찾아가 포착하는 박민석 학생(사진전공 2)과 솔직담백한 사진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 곳이나 집회 현장이 자주 보인다. 어떤 사진을 찍고 있나.
“보도 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주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사진을 찍는다고 보면 된다. 현재는 사진작가의 가치관이 드러난 다큐멘터리 사진보다 현장 그대로의 상황을 담는 보도 사진에 집중하고 있다.”

-보도-다큐멘터리 사진은 무엇인가.
“보도사진은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알리는 사진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보도사진의 역할을 포함하지만 사진가의 예술관이 가미된 사진이다. 보도든 다큐멘터리든 사건 현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 잘 드러나도록 촬영하고 있다.”

-매번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하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사건이나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건 장소에 찾아갈 때도 있다. 뉴스나 시민단체 홈페이지에서 최대한 많이 찾아보면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편이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기준은.
“내 마음을 울리는 사건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진으로 잘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되거나 중요한 사건이다 싶을 때 사진을 찍으러 나선다.”

-이제껏 어떤 현장들을 담았나.
“최근엔 밀양 송전탑에서 싸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세월호 사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수많은 집회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집회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입장을 사진으로 알리는 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최근 마음이 크게 울렸던 사건이 있었는지.
“이번 세월호 참사다. 사고 당일 오전 중에 처음 그 사고를 접했을 땐 큰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넘겼는데 그때 얻었던 죄책감이 크다. 죄책감 때문에 안산도 많이 내려갔다 왔고 집회나 분향하는 곳에 가서 촬영도 했다. 많이 울었다.”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어느새 나 자신이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메라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던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역사의 순간들을 좋은 이미지로 기록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사진과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뽑는다면.
“크게 두 가지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사진가로서의 사명감을 심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 찍은 사진이다. 당시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풍선을 한꺼번에 날리는 행사가 있었다. 우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딱 나온 사진을 찍어서 기억에 남는다. 나머지 하나는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확정 보도 후 지지자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항상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려해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려웠는데 그 당시엔 사진 찍는 것을 반겨줘서 못 잊을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싶다. 매번 사진에 드러난 사람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마음에 와 닿도록 신경써서 찍었다. 그래서 현장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그분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수많은 사건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사람들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주는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단순히 일상을 찍는 사진에서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나는 사진을 찍기까지 박민석 학생의 행보를 짚어봤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장소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진을 찍히는 분들이 굉장히 불편해 할 때가 많다. 많이 맞아도 봤다.(웃음) 작년에 국정원 대선 개입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노인분께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한 일이 있었다. 극우 성향의 정치색을 띠는 사이트에 찍은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경우에는 언론매체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카메라 렌즈에 붙여놓는다. 하지만 나는 학생 신분이라 그런 것이 전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카메라를 잡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
“아버지께서 가족을 찍으려고 가져왔던 작은 소형카메라를 만지면서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 카메라를 받아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주변 일상을 담는 정도였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어릴 때부터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었는지.
“아버지께서 들어오시면 항상 뉴스부터 보시는데 그 영향이 컸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뉴스를 보는 습관이 들었고 사회 이슈에 관한 많은 담소를 나눴다. 아버지를 따라서 노 전 대통령 탄핵 반대운동과 김대중 대통령 국장도 갔었다.”

-혹시 정치적인 견해를 고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사회는 쉽게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면 불편해하는 것 같다. 지금도 어떤 견해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것을 크게 드러내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사진 자체가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는 현장은 정치적 견해가 약간 짙은 현장이다. 되도록 정치적 성향이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보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민석 학생이 담은 것은 사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사진에 담긴 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촬영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그에게 넌지시 앞으로의 향방을 물어봤다.

-직접 찍었던 사진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나.
“페이스북이나 보도-다큐멘터리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시간만 있으면 전시회를 열고 싶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고 있는데 개인전도 좋지만 주제를 하나 정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연합전시회를 열어도 좋을 것 같다.”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잘 봤다는 반응과 공개된 장소에 올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들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반응을 보여줄 때 가장 좋은 것 같다.”

-지금 찍고 있는 사진으로 인해 자신이 변한 점이 있다면.
“예전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답이 아니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결국에 그 사람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그분들의 얘기를 직접 들으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진을 찍을 계획인가.
“아직까진 사건을 접하고 난 뒤에 내 마음이 계속 동해서 찍고 있다. 항상 확신은 두지 않는 편이라 아직까지라고만 해두고 싶다.”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고 들었다. 왜 사진기자가 되고 싶나.
“내 사진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사진기자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사진을 본 뒤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정의해본다면.
“빛을 훔치는 게 아닐까. 빛이 있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훔치고 있는 것이다. 훔치는 것에서 멈추면 무의미하다. 훔치는 것을 넘어서 훔치고 있는 빛을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진이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박민석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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