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월 말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기까지 3주 정도 남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각 학생자치 단위들의 2014년도 1학기 활동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문예창작학과 학생회 역시 종강총회를 준비하며,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 문예창작학과 학생회 회의의 주제는 ‘한 학기동안 우리들은 과연 학우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였다. 이 답하기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토의하고, 반성했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각 학생자치 단위들이 이맘때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일 테다. 

  중대신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신문은 이번 학기를 되돌아보며 학내언론으로서 ‘우리’는 학우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학기 중앙대학교는 어땠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도 중앙대학교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예술대학은 개강 초부터 교수 부당해임에 관한 진통을 겪어야 했으며, 서울캠퍼스는 310관으로 상징되는 공간문제를 앓아야 했다. 학교 본부의 학칙 개정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있었으며, 인문대학 학생회장 후보였던 철학과 김창인 학우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라는 제목의 자퇴 선언 역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예고되었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제안한 교육환경개선운동 총궐기가, 총학생회가 학교 본부의 긍정적 답변을 받아들이면서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중대신문은 이러한 사건들을 학우들에게 충실히 전달해 여론조성에 기여함으로써, 학내언론으로서의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대신문만의 긴 호흡을 찾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사건은 각각의 우연적 요소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현재 중앙대학교라는 공동체가 지닌 본질적 모순을 드러내는 여러 징후이며 하나의 증상이다. 중대신문은 학내언론이자 학생자치의 중심지로서, 그 증상을 진단하고 학우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의무가 있다.  

  분명 중대신문은 대단한 역량을 지닌 집단이다. 사건을 포착하고 진단하여, 학우들에게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은 그 어느 대학신문보다 못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대신문은 공동체가 앓고 있는 병을 처방할 기획자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이 부족하다. 누군가는 그것이 언론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자치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인 지금, 그것은 분명 중대신문의 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우들에게 중대신문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고민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문예창작전공 3학년

박경섭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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