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완벽할 수 없다. 

그건 욕심이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 ‘한’, ‘민’, ‘국’ 네 글자가 모여 뜨거운 함성으로 터진다. 붉은 물결의 거센 파도가 또 한 번 휘몰아치는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하는 홍명보호 최종 엔트리가 지난 8일 발표됐다. 총 23명의 태극전사 중 중앙대 출신 선수가 무려 3명이나 포함됐다. 바로 곽태휘 선수(체육교육과 01학번), 이용 선수(사회체육학부 06학번), 김신욱 선수(체육교육과 07학번)다. 이에 지난 17년간 수많은 태극전사를 양성해온 중앙대 축구부 조정호 감독의 비결을 파헤쳐봤다.
 
-브라질월드컵 대표 팀에 중앙대 출신 선수가 3명이나 선출됐다.
“이번에 곽태휘, 이용, 김신욱 선수가 최종 후보로 뽑혔더라. 중앙대에서 호흡을 맞춰본 제자들이라 기분이 묘하다. 특히 대학 출신 선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3명이나 뽑히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요즘 주변 감독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웃음)”
 
-선수를 보는 기준이 남다른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스카우트하나.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리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한다. 스카우트의 핵심을 꼽으라면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현재 실력도 중요한 요소지만 거기에 집중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될 수 있다. 그렇게 레이더망에 포착된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각 선수의 예전 모습이 궁금하다. 먼저 곽태휘 선수는.
“태휘는 내가 중앙대 축구부 감독으로 부임된 후 스카우트로 빛을 발한 첫 번째 선수다. 태휘는 축구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처음 봤을 때 미완성 상태였다. 하지만 무서운 발전 가능성을 지녔다. 높이뛰기 선수를 하다 축구를 하게 된 사례라 스피드가 조금 둔탁한 면이 있지만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직감했다.”
 
-영입 후 그만큼 성장했나.
“워낙 성실한 성격이라 한시라도 운동을 놓지 않더라. 늦게 시작한 만큼 제 나름의 기준이 철저했다. 매 경기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줬다. 실제로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처럼 대학 시절 세트피스에서 골을 많이 넣었다.”
 
-이용 선수도 대기만성형이란 평을 받았는데.
“용이도 스카우트 할 당시 여물지 않은 선수였다. 축구 선수 이외의 길로 전향할 수도 있었던 선수였지만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을 용이도 알았던지 대학 4년 내내 성장하더라. 그 내막을 울산 현대 감독에게도 알려줬다. 무릎에 힘만 붙으면 4년 뒤 대표 선수가 될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용이가 대표 선수가 됐다.(웃음)”
 
-마지막 한 명인 김신욱 선수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나는 보통 스카우트를 할 때 고등학교 감독이랑만 얘기하고 선수 부모와는 만나질 않는다. 그런데 신욱이만은 달랐다. 신욱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고교 감독에게 얘기해서 부모님을 먼저 만났다. 그 이유는 신욱이의 좋은 체격 조건이 축구선수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장점 중 하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술과 팀 전술은 후천적인 훈련과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신체조건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신욱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운동선수들은 평소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선수 관리는 어떻게 하나.
“선수들에게 2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거짓말하지 말 것. 둘째, 무단이탈하지 말 것. 나는 선수들을 무조건 믿는다. 하지만 거짓말이 들통 나면 호되게 혼을 낸다. 거짓말이라는 게 한번 시작하면 습관이 되고 무서울 정도로 대담해진다. 그들에게 있어 어쩌면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정직한 자세를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한 무단으로 이탈하면 조직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어 엄하게 단속하는 편이다.”
 
-감독으로서의 철학이 뚜렷해 보인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프로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우선시 돼야 한다. 또 감독직을 맡으면서 학원 비리에 관해서는 한 건의 문제도 없었다. 가족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흔들리지 않는 철학 때문인지 벌써 중앙대 축구부 감독으로 17년째라 들었다.
“98년 12월에 부임했으니 햇수로는 17년, 만으로는 16년째다. 오히려 감독이란 자리에 집착하지 않은 게 비결인 것 같다. 처음 중앙대에 온 그 순간부터 감독직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내가 할 일은 우리 선수들이 진짜 ‘선수’로 불릴만한 인재로 키우는 것이다.”
 
-오랜 감독직을 맡으면서 축구 감독이란 직업적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감독은 지휘자와 유사하다. 내 지시와 휘슬에 따라 선수와 팀에 변화가 오고 승패가 갈릴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희로애락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매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가족과는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을 간다.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최대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지 않겠나. 그만큼 선수 관리를 우선시한다. 그래서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없지 않나 싶다.”
 
-가족에겐 미안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아내가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감독직을 맡으며 다섯 번 이사했는데 한 번도 아내를 도와주지 못했다. 어쩌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는 제 역할을 못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늘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제자들의 어떤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듣고싶다.
“첫째는 선수들이 대표 선수가 될 때고 그중에서도 유망선수로 발탁되면 더욱 기쁘다. 이 모든 건 내 스스로의 기쁨이기도 하지만 중앙대의 영광 아닌가! 하지만 제자들이 선수로서 성공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로 전향한 제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올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에서도 보람을 느낀다. 모두 내 금쪽같은 자식이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뽑자면 언제인가.
“한 프로팀에서 내 제자 5명이 주전선수로 뛰고 있던 걸 봤을 때다. 가슴이 벅찼다. 마음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현재 중앙대 축구부가 U-리그 4연승을 달리고 있고 전국체전 예선전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전망은 했다. 특출한 스타는 없지만 준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층이 두터워 팀으로서 경쟁력은 높아졌다. 고루 분포된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전반기엔 공동 1위인 성균관대와 경기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와의 경기가 남아있다. 부상 선수와 옐로카드 3장으로 다음 경기 출전을 못 하는 선수가 있지만 전략을 잘 짜서 준비하겠다.”

▲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는 조정호 감독

▲ 사진제공 축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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