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의 문구처럼 패기넘치는 청년장사꾼의 모습.
창업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청년들

사람을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대학생의 가장 큰 꿈이다. 유명기업의 로고가 달린 아이디카드는 우리를 공부하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필사의 목표였다. 죽을힘을 다해야 할 것은 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좁은 문에 서로 들어가려고 경쟁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화이트칼라를 꿈꾸는 세상에서 창업은 이단 같은 존재다. 유독 획일적인 무리 가운데 튀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단이 되는 것은 중세 마녀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의 마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청년 창업자들을 관찰했다.
 
장사만 하지 않는다, 청년장사꾼
  열정 많은 청년들이 부닥치며 정열적으로 사업하는 곳이 있다. 그들이 꾸려가는 가게에 들어가면 지글지글 끓는 기름 온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우렁찬 목소리로 손님을 맞는 남자들의 집합소 ‘청년장사꾼’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남자들 단순히 열정만 많은 것은 아니다. 같은 청년들이 더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영업을 하는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청년장사꾼은 2012년 1월에 그 첫발을 내디뎠다. 청년장사꾼 김운규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장사에 관심이 많았다. 군 전역 후 ‘총각네 야채가게’에 입사해 최연소 점장이 된 그는 장사에 소질이 있었다. 김운규씨는 본격적으로 본인만의 장사를 해보려고 마음먹었다. 지역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지인과 합심해 수익도 내고 지역 문화도 발전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고안해 낸 것이다. 
 
▲ 꼬치집 근처 배화여고에서 수능 이벤트를 준비중인 청년장사꾼.
  “오랫동안 알고 있던 연석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연석형이 추구하고 있는 지역 활성화와 제가 하고 싶은 장사를 접목했죠.” 대화 속의 연석형은 청년장사꾼의 창립멤버로서 회사의 어머니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김연석씨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김연석씨와 장사에 소질이 있었던 김운규씨의 만남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파릇파릇한 청년들의 만남은 이태원 우사단길에 위치한 작은 카페로 결실을 맺었다. 이슬람 사원 앞에 위치한 ‘사원앞까페벗’은 길거리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카페 마냥 무심하게 생긴 것이 아니다. 우사단길은 저렴한 월세로 예술가 작업실이 많아 새롭게 주목받는 지역이었다.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두 남자에게 우사단길과 카페는 적절한 조합이었다. 그렇게 청년장사꾼의 첫 작품인 사원앞카페벗이 탄생했다. 
 
  사원앞까페벗은 이제 우사단길의 문화적 진지가 되었다. 청년장사꾼은 우사단길의 마을 소식을 속속들이 담은 ‘월간 우사단’을 제작하며 동네에 새로 들어온 작업실, 가게, 맛집 등을 실어 동네의 활기를 더한다. 우사단길에는 카페 하나가 피어났을 뿐이지만 그로 인해서 수많은 문화적 기회들이 만개했다. 청년장사꾼이 카페를 오픈할 때만 해도 몇 개 없던 작업실들은 현재 23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문화와 장사의 결합이라는 그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성공적인 1호점 개업에 힘입어 노후화된 금천교 시장에 2호점이 들어섰다. 금천교 시장 근처의 배화여고 학생들과 직장인, 동네 사람 모두가 찾을 수 있는 감자 튀김집이었다. 널따란 등판에 적힌 ‘크게 될 놈, 뭘 해도 될 놈’, ‘잘생겨서 죄송합니다’만 봐도 생기가 넘쳐 보인다. 온 등판에 재미있는 문구를 적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감자집 멤버들은 항상 힘차고 큰 소리로 사람들을 대했다. 손님을 응대할 때마다 힘과 생기가 느껴지는 것은 김운규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창업하기 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좋은 멤버를 구하고 멤버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었어요.” 김운규 대표는 장사를 하며 손님들에게 감동과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는 멤버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멤버들이 행복해야 그 즐거움이 손님들에게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장사꾼은 멤버들의 자기계발을 위해서 매장 오픈 시간을 늦추고 캐드 수업, 강연 등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 청년장사꾼 멤버들이 수능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청년장사꾼은 2012년 8월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현재까지 7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성업 중이다. 창립 당시 5명이었던 멤버는 현재 23명으로 늘어났고, 감자, 카페, 골뱅이, 꼬치 등 각기 다른 메뉴를 내세우는 매장들을 운영하며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이 단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상품을 팔기 전에 따뜻한 인간애를 먼저 나누었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하면 상생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전통시장을 알리고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캐쉬몹 프로젝트’는 지역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북미권에서 유행하던 Cash Mob을 한국상황에 맞게 바꾼 행사다. 청년장사꾼은 SNS로 모은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금액으로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미션을 내렸다. 시장과는 거리가 먼 청년들이 시장매출도 올리고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김운규, 김연석씨는 단순히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상행위에 문화를 더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장사의 결합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이제 이들은 이러한 노하우를 또 다른 청년들에게 베풀며 청년사회에 작은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3년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장사교육프로그램은 교육기능과 채용기능을 한 번에 하는 시스템이다. 창업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청년장사꾼의 교육프로그램을 2주 동안 수료한 뒤 6주기간의 인턴과정을 거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 중세시대 장인이 도제를 들이듯 청년들은 정직원으로 2년간 매니저, 점장, 슈퍼바이저가 되어 창업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운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청년장사꾼의 이름을 달고 독립할 수 있다. 청년장사꾼이 창업의 장인이 되는 격이다. 회사는 좋은 멤버를 확보하고 청년들은 안정적으로 창업노하우를 배울 수 있으니 양쪽에게 모두 득이다.    
 
팔 수 없는 것을 팔다, 오투잡
  “추억을 그려드립니다.”, “이성을 사로잡는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물어볼 수는 있어도 결코 살 수는 없을 것만 같은 말들을 파는 곳이 있다. 팔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인 상품들, 오투잡은 실물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오픈 플랫폼이다. 실물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다는 사업아이템은 청년사업가 최병욱 대표의 아이디어다. 대학 재학시절 창업한 오투잡의 아이디어는 우연히 방문한 인터넷 카페에서 나왔다. “우연히 어떤 카페를 갔는데, 목소리도 판매하고 모닝콜도 판매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지켜보다가 사업 아이템으로 다듬어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재능을 거래하는 카페는 그에게 새로운 사업의욕을 불태우게 했다. 이전에도 소셜커머스 사업과 중고서적 거래사이트인 북장터를 운영하면서 사업에 대한 감각을 키워온 그는 마케팅에 특히 자신 있었다. 재능판매가 사업의 핵심인 만큼 많은 재능을 확보하기 위해서 포털사이트의 카페 수백 개를 방문해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 포털사이트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최대한 오투잡이 노출될 수 있도록 블로그, 카페 등에 자주 글을 게재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창업 초기 세금관련 지식이 없어 세금이 누락되는 바람에 돈을 더 많이 내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가장 고민했던 것은 홈페이지 기획이었다.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것이 생소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했다. 최병욱 대표는 “할아버지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이용자에게 다가가기 쉽게 기획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오투잡은 아직 대중적인 사이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고 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어떻게 알고 이용을 하시는지 고객센터에도 종종 전화를 주셔서 문의하세요.” 최병욱 대표는 이용자들의 편의가 가장 중요한 점임을 강조했다. 판매자인증제도, 구매자 1일 환불제도, 24시간 답변제도 등도 모두 구매자를 중시하는 그의 생각에서 나온 서비스다. 
 
  아직 오투잡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연 거래액이 10억 원을 넘어섰지만 일단 사람들에게 오투잡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오투잡의 수익구조가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방문자를 늘리는 것이 수익을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길거리를 나가서 아무나 잡고 오투잡을 아느냐고 물으면 100명 중의 100명은 모를 거에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병욱 대표는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청년사업가에게 사업의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었지만 보이지 않는 만큼 거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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