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장 가까운 동네라서 붙여진 이름, 달동네. 기자가 처음 만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의 모습은 블로거들이 자랑스럽게 포장해 올려놓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벽화 마을이 아니었다. 
 
 “이런 데 살면서 재미있을 일이 뭐가 있어.” 마을에 살면서 재미있는 일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도 점차 이곳을 떠나고 이곳에 남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는 함께 늙어가는 반려동물의 애교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사실 이곳도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라는 타이틀과 매스컴의 관심 덕분인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오고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의 점심을 무료로 준비하고 있는 평화의 집은 이곳 사람들을 위해 노래교실, 운동교실, 한글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는 이곳은 10명의 주민만 모여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해도 주민들의 호응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 말로 ‘노잼(재미가 없음)’이 되는 것이다. 
 
 달동네에서 내려와 학교로 돌아오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듯 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달동네에서 느꼈던 ‘노잼’의 느낌이 난다. 학생들이 만드는 각종 축제와 행사로 떠들썩해야 할 오월의 교정은 추모 분위기로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학기 초부터 열심히 준비했을 동아리 공연은 물론이고 수업이 끝나면 들어서던 주점도 취소 소식이 들려온다. 
 
 학생총회에서 교육 권리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게 뛰어다녀야 할 시기임에도 지난해 7년 만에 학생총회 성사 선언을 했던 서울캠퍼스 운동장은 공사판이 된 지 오래다. 
 
 넓은 운동장이 있는 안성캠도 다를 것이 없다. 노란 비표가 대운동장을 물들이고 안건 타결을 외치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전학대회에서 요구했다던 10억은 어떻게 된 일인지 추모 분위기의 침묵 속에 묻히는 듯하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했을 동아리 공연도, 매년 학생들이 깜짝 놀랄만한 초청공연으로 축제 못지않은 인기를 끌던 생활관 축제도 미뤄졌다. 최근에는 여름방학 최대 행사였던 국토대장정도 학생들의 신청이 저조해 취소되기도 했다. 
 
 지금의 양캠 교정은 2년째 하고 있는 기자생활 중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만족해서인지, 세월호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달동네 사람들처럼 학교에 관심이라곤 없는 ‘노잼’들이어서 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다만 세월호의 추모분위기를 틈타 학생들이 학교에 가져야 할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재미가 사라진 달동네처럼 학생들의 관심이 사라진 학교도 ‘노잼’이 되기 십상이다. 이제는 학생들을 비롯한 학생대표자들이 다시 학교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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