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만난 동심 속 이야기
  • 서지영 기자
  • 승인 2014.05.12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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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로

▲ 재미랑의 웹툰 작가가 익살스럽게 표현한 캐릭터 일러스트.     사진 하예슬 기자

  꽃샘추위가 지나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옷차림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떠나기 딱 좋을 때다. 재미로에는 어린 시절 동심이 깃들어 있고 우사단길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친구와 연인의 손을 잡고 151버스에 올라보자.

 

회색 골목에 색채를 더하는
동심 속의 만화들

재미로와 재미랑에서
추억의 만화를 피부로 느낀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 만화프로그램을 틀었던 추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커서는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만화를 돌려보다 혼나기도 하고 요즘에 와서는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잠을 청한다. 이처럼 만화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사람들의 여가시간과 자투리시간에 생각나는 오랜 죽마고우다.

골목에 숨어있는 친구를 찾는 재미,
재미로

  언제나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명동역 건너편, 같은 명동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작은 골목 곳곳에 바로 그 죽마고우들이 마을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재미로’라는 이름처럼 만화 주인공들이 명동역에서 남산가는 길의 단조로운 회색 벽을 저마다의 색으로 밝히며 뛰놀고 있다. 재미로의 입구인 상상공원엔 사춘기시절 만화책의 세계에 눈뜨게 해줬던 <궁>의 주인공들이 공원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가려준다.

  남산위로 우뚝 솟은 N서울타워를 바라보며 걷는 길, 퍼시픽호텔을 사이에 둔 양 갈래길 중 왼쪽 길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퍼시픽호텔의 길목에 늘어선 <당신을 사랑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12개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 포스터들이 그것이다. 퍼시픽호텔의 만화삼거리에서는 만화계의 두 거장이 자웅을 겨룬다. 바로 <식객>의 허영만 작가와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작가의 작품이 퍼시픽호텔 외벽을 차지하고 걷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미로 주변 모든 상점의 문고리엔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듯 노란 리본이 봄바람에 흔들린다. 마을사람들과 만화작가들이 함께 조성한 거리인 만큼 추억 속 <달려라 하니>의 하니와 친구들도 리본을 잔뜩 매달고 여전히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친구들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작고 조용한 거리를 걷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면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회색빛 계단길에 색채를 불어넣고 있다. ‘도로도로 골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좁고 가파른 골목을 오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미소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재미로의 막바지, 조금씩 재미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때 쯤 만화언덕이 보인다. 40개의 캐릭터 조명이 재미로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가는 길을 밝혀준다.

 

만화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재미랑
  재미로를 따라 걷다보면 만화언덕으로 가기 전에 보이는 주홍빛 건물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만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만화문화공간인 재미랑이다. 전시관과 체험공간은 물론이고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되고 있다. 전시갤러리에 전시된 소설 필사본과 콘티노트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3층의 유리벽으로 된 작가커뮤니티 공간은 신인작가들의 작업공간과 독자와 작가들의 만남의 장으로 이용된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머릿속의 이야기를 종이 위에 그림으로 실현해 내는 작가의 모습은 저절로 지나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낮추게 한다.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면 웹툰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다.

  재미랑의 매력은 4층 옥상에 올라야 제대로 알 수 있다. 테라스와 통유리창 안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이곳에서는 만화를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일권 작가의 <삼봉이발소>와 같은 유명 웹툰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르의 한국 만화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남산의 풍경은 덤이다.

 

역사적 공간에 깃든 동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재미로가 끝나는 길엔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있다. 정문부터 사람들은 맞이 하는건 바로 만화 <라바>의 ‘예로’와 ‘레드’다. 뽀통령을 영접한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와!!!! 뽀로로다!!!”라고 소리치며 달려간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과거 안기부가 있던 건물이다. 이후 한국방송(KBS)건물로 이용되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됐다. 역사의 가장 어둡고 숨겨진 곳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가시지 않는 곳이 된 것이다.

  재미랑이 만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은 보다 좋은 만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젊은 만화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만화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상영관에서는 3월이면 만화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모니터와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서만 들여다보던 만화가 시청자들 가까이로 다가왔다. 현실세계에 숨겨진 동심을 만나러 재미로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재미로를 달리는 하니와 친구들.     사진 하예슬 기자


■관람정보
-재미랑
운영시간 : 9:00~18:00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지하철 :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 하차
■재미로 교통정보
버스 : 간선(N16 , 104 , 421 , 463 , 507 , 604)
명동입구 하차
151 롯데영프라자 하차 후 도보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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