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의상이 보일 듯 말 듯해 더욱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오리지널 오브 로라』(문학동네 펴냄)는 그 전라를 드러내지 않아 더욱 섹시한 책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완결 짓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이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오리지널 오브 로라』는 결말이 부재해 오히려 독자를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한다.  

  나보코프는 성에 대한 가감 없는 접근과 매혹적인 묘사로 사랑과 욕망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작가다. 『오리지널 오브 로라』에서도 그 탁월한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작품은 여주인공인 ‘플로라’와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중심으로 진행된다. 남편 ‘필립 와일드’ 박사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보이지 않는 화자’는 플로라를 공통적으로 욕망하며 그녀를 매개로 연결된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완과 결핍의 미학이다. 플로라는 남편인 ‘필립 와일드’와 외도 상대인 ‘보이지 않는 화자’에게 오롯이 귀속되지 않는다. 욕망의 완전한 충족을 이루지 못한 두 남자는 플로라를 더욱 욕망한다. 플로라는 상대에게 완전히 파악, 소유되는 것을 거부해 상대에게 불멸의 존재로 남게 된다. 나보코프가 독자들에게  『오리지널 오브 로라』를 모두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예술적 불멸을 얻은 것처럼. 

  책의 중후반부엔 플로라의 남편인 와일드 박사가 자기 육신의 생명을  의지로 소거해버리는 정신병리학적 실험의 서사가 일종의 카덴차처럼 등장한다. 이 실험은 그가 심장마비로 죽으면서 결국 실패다. 책 속 등장인물의 실험조차도 미완성과 결핍인 채로 종결되는 셈이다. 

  어쩌면 나보코프는 이 작품을 통해 미완성과 결핍이 역설적으로 만들어내는 영원과 불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미완의 퍼즐 속에서 나름의 결말을 찾아 탐닉하는 것을 즐긴다면, 자신 있게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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