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시절 처음으로 선배와 밥을 먹었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보통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는다고 말하죠. 기자에게도 새내기시절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에게 밥을 사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하고 떨렸던 나머지 1학년이 끝날 무렵에야 선배에게 ‘밥 먹어요’ 한마디 말하는 걸 성공했다죠.
 
  기자는 요즘 <시민K> 취재를 다니면서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습니다. 2주 동안 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새내기들은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새내기에게 ‘요즘 무엇이 고민이냐’ 물었을 때 100이면 100 ‘인간관계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의아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새내기 한명 한명이 느끼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의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학과에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소수정예의 정을 그리워하는 학생과 그와 반대로 제한된 인간관계를 벗어나 두루 친구를 사귀고 싶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나의 친구가 내가 없는 다른 곳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것을 질투하는 학생도 있었죠. 학창시절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지만, 대학에 오니 갑자기 방목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꾸려가는 인간관계에 첫 발을 들인 새내기에겐 당연한 증상입니다. 이는 학생이 의지만 있다면 쉽게 치유되는 불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극복 가능한 불안이 아닌 인격적인 불안에 두려움을 떠는 새내기도 있었습니다. 그는 후배라는 이유로 스스로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이는 분명 위와는 다른 종류의 불안이었습니다. 그는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표출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학과와 관련 없는 곳에서도 눈치를 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새내기는 누구의 탓이라고 밝히진 않았습니다. 제아무리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라 해도 새내기가 끝내 말하지 못한 사실엔 학과 내에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있는 듯 보였습니다. 딱딱한 학과 내 위계질서로 인해 후배들의 마음이 얼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새내기들이 느끼는 인간관계에 대해 직접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엔 심층적인 원인이 숨어있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습니다. 혹자는 의외로 원인이 간단하다 말했습니다. 바로 새내기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고민한다는 것이죠. 점점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점이나 취업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후에야 어떻든 지금도 새내기는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합니다.
 
  얼마전 한 새내기가 선배와 처음 밥을 먹어 너무나도 기뻐하기에 기자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스스로를 숫기 없는 사람이라 묘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선배와 친해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결국 선배에게 함께 밥을 먹자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인간관계의 벽을 넘어서는 새내기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여론부
김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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