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표정들』
  김예란 저 / 문학과지성사 / 442쪽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은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마음상태의 긴밀한 상호 관계를 방증한다. 그렇다. 인간은 표정을 매개로 타인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인간의 얼굴에는 그의 의사가 자연히 스며든다. 표정이 있기에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오고 가며 관계가 형성된다. 표정을 인간 고유의 소통법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독자라면 『말의 표정들』(문학과 지성사 펴냄)을 집어 들고선 의아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것들에 표정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의 표정들』은 현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소통하는지를 조망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대상이 저마다 표정을 지니고 있다는 흥미로운 문화적 발상이다. 다양한 표정 중에서 저자는 특히 말(言)이 지니는 표정에 주목한다. 말이 투영하는 표정들 속에서 인간은 “우리 사회에 귀 기울이는 행위”를 통해 “종국에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반성하기 위한 성찰적 모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자아내는 표정에서 무엇을 더 읽어낼 수 있을까. 저자에게 말은 곧 ‘이질적인 본성과 강도의 힘들이 긴장하고 결투하는 유격의 장’으로 통한다.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점에서 관계를 생산해내는 원동력으로 말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의 우리는 한국 사회를 비롯해 미디어 장치와 미디어 노동의 문제, 문화적 실천을 내포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스마트 세상을 똑소리 나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말의 표정들』을 꼼꼼히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 속에 스며든 스마트 주체들의 표정을 마주하며 독자는 자연히 디지털 상호작용의 수렁에 빠져든다. 디지털 상호작용이 개인적 소통인지, 사회적 소통인지에 대한 딜레마다. 저자는 닉 콜드리의 이론을 빌려 해답을 제시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공공의 연결”의 형성에 중요한 매개적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p.163)
 
  스마트 주체들의 표정에서 우리는 생산자 겸 소비자 ‘프로슈머’를 발견한다. 그들에겐 ‘셀프 카메라(셀카)’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고 ‘리액션 비디오’를 유투브에 올리는 행동이 문화의 대상이다. 이제 디지털 사회에서 셀카와 리액션 비디오는 각각 대중이 선택한 자아 형성 과정과 개인이 생산자, 수용자, 반응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만드는 형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화의 쌍방향 소통자로 상징되는 프로슈머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는 존재한다. 저자는 프로슈머의 불안정한 삶, 정보 격차와 같은 디지털 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프로슈머의 부상과 더불어 대중의 일상이 되어버린 SNS를 향해 우리는 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하는가. 자신에 대해 구글링을 해본다면 그 답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만 입력해도 SNS를 통해 수집된 당신의 정보가 모니터에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자신의 정보가 수집되고 관리되는 상황을 넋 놓고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것이 바로 저자가 경계하는 빅데이터다.
 
  디지털과 미디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의 진보를 불러올 수 있으나 반대로 사회를 분열시키며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우리는 『말의 표정들』로 개인의 문화적 행동과 함께 한국 사회의 문화적 흐름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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