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전복되어 많은 탑승객이 사망 내지는 실종되었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분과 그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를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 사건에서 한 고등학교의 2학년생이 수학여행을 가던 중에 사고를 당하여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대학입학을 위해 불철주야 공부에 짓눌려 있다가 수학여행을 가게 되어 눌린 숨을 조금 크게 쉬어보려고 했을 것이다. 공부를 잘 못하던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는 주위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뻤을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성적이 모든 판단의 최우선인 고등학교 시기를 살다 갔을 그들이 안쓰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얼마 전 어느 학생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학과에 입학을 한 학생인데, 처음 동기생을 만났을 때 많이 위축이 되었었다고 한다. 자기보다 성적이 우수하고 아는 것도 많으며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실력이 부족한 자신이 부끄럽고 그들이 부러웠단다. 그래서 동기생이 하는 행동을 열심히 따라했다고 한다. 그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 노트를 정리하는 방법을 보고 이를 따라 그대로 해보고, 스타디 그룹을 만들면 함께 참여하여 그들이 하는 방식대로 준비하는 등 학과에 적응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중반 쯤 되었을 때 문득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로지 공부만 잘 하는 모범생이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