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전복되어 많은 탑승객이 사망 내지는 실종되었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분과 그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를 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 사건에서 한 고등학교의 2학년생이 수학여행을 가던 중에 사고를 당하여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대학입학을 위해 불철주야 공부에 짓눌려 있다가 수학여행을 가게 되어 눌린 숨을 조금 크게 쉬어보려고 했을 것이다. 공부를 잘 못하던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는 주위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뻤을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성적이 모든 판단의 최우선인 고등학교 시기를 살다 갔을 그들이 안쓰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얼마 전 어느 학생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학과에 입학을 한 학생인데, 처음 동기생을 만났을 때 많이 위축이 되었었다고 한다. 자기보다 성적이 우수하고 아는 것도 많으며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실력이 부족한 자신이 부끄럽고 그들이 부러웠단다. 그래서 동기생이 하는 행동을 열심히 따라했다고 한다. 그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 노트를 정리하는 방법을 보고 이를 따라 그대로 해보고, 스타디 그룹을 만들면 함께 참여하여 그들이 하는 방식대로 준비하는 등 학과에 적응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그런데 2학년 중반 쯤 되었을 때 문득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로지 공부만 잘 하는 모범생이었단다.

  학생을 상담하다보면 상급생과 함께 다루게 되는 가장 흔한 문제는 진로문제이다. 많은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지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자세로 시험준비를 한다.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회사나 공직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시험준비를 하고 자신 없는 과목이 있는 직종은 피한다. 시험준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업하고자 하는 직종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실정이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여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내가 잘 아는 한 아이가 있다. 공부를 잘 못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군 제대 후 의상디자인을 하겠다고 직업학교에 입학했다. 공부를 싫어하고 안 하던 그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자 지금은 밤을 세워가며 재단을 하고 재봉틀을 돌리고 여러 디자이너의 작품을 검색한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 토요일이면 모여 수업시간에 발표할 것을 논의한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잠시 멈추어 보자. 수업을 쫓아가기 바쁘고 보고서 작성하기에 버겁겠지만 잠시 짬을 내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나 말고 누가 그것을 찾아주겠는가? 고민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돌아갈 수 없는 인생에 회한을 느끼지 말고 지금 시간을 투자하자. 조금이라도 젊어서 투자할 시간이 있을 때....
현명호 교수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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