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향해 달리는 도서관 사람들
  • 김민선 기자
  • 승인 2014.05.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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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캠 학술정보원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시험은 끝났어도 미래를 향한 학생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의 달콤함 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공부하고 있는 그들을 시민K라 하겠다. 그들은 무슨 꿈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며 그곳에 남아있었던 걸까. 평범한 시민K들의 밤중진담을 들어보자.
 
 
 
 
사색의 농도가 짙어지는
학술정보원의 밤
 
꿈을 위해
새내기도 복학생도 밤샘투혼
 
 
 
  중간고사 기간이 끝난 지 일주일. 한동안 학구열로 불타올랐던 서울캠 학술정보원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시험도 끝난 마당에 누가 학술정보원을 찾나 싶겠지만 1층 열람실엔 아직까지 미열이 남아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한편, 잠시 공부를 뒤로 하고 휴대폰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기자는 그런 사람이 없나 열람실 안쪽 휴게 공간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한 쪽 벽에 기대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한 남자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시험도 끝났을 텐데, 이 시간까지 무슨 공부를 하는지 궁금하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무슨 자격증인가.
감정평가사 자격증이요. 동산, 부동산을 감정해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증이죠.
 
-대체 무슨 과인데 이 공부를 하나.
수학과 3학년입니다.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역 이후엔 너무 낮은 학점을 보고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죠. 또 회사에 입사하는 일반적인 취직보다는 전문자격증을 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시대엔 취직 자체가 힘들고, 입사 이후에도 승진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감정평가사는 자격증만 따면 크게 연령제한도 없이 취직할 수 있고, 여가 생활도 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하니 지금 한번 열심히 공부해보려고요.
 
-정신을 차렸다는 건가.
1학년 땐 학점 걱정 없이 놀았죠. 학과 행사란 행사는 거의 다 참여했어요. 보시다시피 3학년이 된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동기들도 다 같이 정신을 차려서 지금은 학과생활은 접어두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죠.
 
-도대체 학점이 얼마나 낮았나.
1학년 1학기엔 학점이 1.78점이었어요. 그땐 동기는 물론이고 선배와 후배들도 다 같이 공부를 안했죠.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사이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요즘은 1학년 후배들도 열심히 공부하더라고요. 학교가 노는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뀌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어요.
 
-제대 후엔 동기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친하죠. 그래도 이젠 동기들이랑 가끔 노는 정도에요. 조금 전에 여자동기들이 술에 취해서 데리러 오라고 전화가 왔네요. 동기들은 밖에서 노는데 저만 여기서 공부하고 있으면 갑자기 공부하기가 싫어져요.(웃음)
 
-후배들과도 잘 지내는 편인가.
후배들이 절 모를걸요. 연락처도 하나도 없어요.
 
-오늘은 몇 시까지 공부하다 집에 갈 예정인가.
감정평가사 시험이 6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졸릴 때까지 하다가 해 뜰 때 가려고요. 하루 공부량을 다 채운 다음에 집에 가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전역 이후 취업을 코앞에 둔 복학생이 있는가 하면 입학 후 첫 시험을 치룬 새내기들은 그들 나름의 고민으로 하얗게 밤을 불태우고 있었다. 기자는 학술정보원을 나와 해방광장에 갔다. 이때 어딘가에서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간 곳엔 서로 마주앉아 수심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소녀가 있었다. 두 소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두 분은 같은 과인가.
소녀들 네. 14학번 동기에요.
 
-이 시간대에 같이 있는 걸 보면 많이 친한 것 같은데.
소녀A 네. 밤에 자주 만나요. 제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해요. 얘는 기숙사에 살아서 서로 집이 가까워요.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
소녀B 음, 우리 과는 다 친해질 수밖에 없어요.
소녀A 맞아. 인문대만의 그런 게 있어요.
 
-그래도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소녀A 그걸 모르겠다. 그렇지? 아, 얘가 한번 술 먹고 우리 집에서 잤어요.
소녀B 기숙사 통금이 1시라 못 들어 간 적이 있어요. 미안했는데, 그때 둘이 침대 누워서 별 얘기 다했죠.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기대했던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녀A 저는 기대 이상이에요. 제가 울산 출신인데 서울에 오면서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기숙사에 떨어지고 자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걱정이 시작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다 적응돼서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소녀B 전 기대까진 안했어요. 저는 가족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고향 친구들끼리도 서로 의지하고 그랬거든요. 친구들끼리 고민도 나누고 가족들한테 뭐든 다 얘기하고 그랬는데, 서울에 오면 그럴 수가 없는 게 걱정이었죠. 그런데 여기 학과 사람들이 다 편하고 좋단 말이에요. 전엔 선배들이 챙겨줬다지만 지금은 제가 먼저 기대요. 얘도 그런 것 같고.
 
-학과 분위기는 어떤가.
소녀A 우리 학과는 동기들끼리 다 친해요. 선배들도 잘 챙겨주셔서 3월도 되기 전에 적응됐어요. 보통 일과가 놀고 술 마시고 자고 그래요. 
소녀B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 친구들은 수준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명문대를 가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소신 있고 존경스러운 친구들이 많아요. 서로에 대한 예의도 지킬 줄 알고 개념도 있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기분이 어땠나.
소녀A 오늘 종일 공강이라 기뻤어요. 내일 마지막 시험이 남아있긴 하지만…. 전공시험인데 공부를 별로 못했어요.
소녀B 아무 일도 없는 미지근한 날이었어요. 내일이 시험인데 뭘 할지 생각도 안하고 있을 정도로 혼자 가만히 있었죠. <English1> 점수가 낮아서 기분이 안 좋아요. 공부도 공부지만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아요.
 
-새내기가 하고 있는 고민이라면.
소녀B 친구가 갑자기 변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남자인가.
소녀B 네. 잘 연락하고 지냈는데 요즘 왜 그럴까요?
소녀A 그 친구 술 먹은 것처럼 이상해요.
 
-혹시 잘 되가는 사람인가.
소녀A 기자님 때릴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낮처럼 학생들이 다니던 학술정보원에도 드디어 밤이 찾아온 걸까. 많은 학생들이 귀가한 학술정보원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때 2층 대출열람실 근처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는 혼자 가만히 앉아 프린트 뭉치를 뒤적이고 있었다. 코트를 입은 말쑥한 차림과 대비되는 화장실용 슬리퍼를 신은 그의 발에 기자의 시선이 꽂혔다.
 
-슬리퍼만 빼면 굉장히 스타일이 좋다. 오늘의 룩(Look)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늘은 좀 추워서 겨울코트를 입고 왔어요. 몸 생각하는 룩입니다.
 
-왜 지금 시간까지 남아있나.
교양과목인 <현대미술의이해> 레포트가 남아있어요. 중간고사는 끝났지만요.
 
-몇 학번인가.
11학번인데 군대를 다녀와서 지금은 3차 학기째 다니고 있어요.
 
-감수성 풍부해지는 밤이 오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겠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음…,(10초 정적) 부모님이요.
 
-부모님과 같이 사는가.
아니요, 저는 자취해요. 원래 집은 경상도 진주거든요. 집은 진주인데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죠.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어요. 
 
-부모님 자랑 좀 해달라.
아버지는 편해요. 아버지한테 한 번도 맞아본 적 없어요. 아버지랑 친구 같은 사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아버지라 부르고 존댓말을 하긴 하는데 편한 친구 같은 거죠.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가.
많이 맞았죠. 욱 하시는 성격이지만 엄마도 아빠처럼 친구 같아요. 항상 어머니가 하시던 말인데 아들만 둘인 집에 제가 딸 같은 아들이래요. 어머니한테는 할 얘기, 안 할 얘기 다 하거든요. 같이 쇼핑도 자주 가요.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어 하시겠다.
딱히 그렇게 말하진 않으셨지만 음식사진 보내주시면서 “집에 오면 사줄게”라고 하세요. 그렇게 집에 오라고 돌려 말하시면서 아들에 대한 애정을 은근히 표현하시죠.(웃음)
 
-전역하고 어떤 학교생활을 하고 있나.
학과 생활보다는 다른 단체생활을 하고 있어요. 경영대 부속 고시반인 해룡당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MBA를 준비하는 반이에요.
 
-꿈도 그 쪽인가.
글쎄요.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요. MBA 준비를 시작하면서 들어왔는데 요즘은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아요. 저 말고도 해룡당 반원들은 다양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죠. 제가 공공인재학부인데, 같은 해룡당 반원인 학과 선배도 MBA가 아닌 정책학 석사로 이번 여름에 유학을 가시더라고요. 
 
-어떤 국제기구에 관심이 있나.
전 예술 쪽에 관심이 있어요. UNESCO도 생각하고 있고요. 보통 공공인재학부 학생들은 행정고시를 많이 보지만 제 적성엔 행정고시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국제기구에 입사하는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일단은 UN 산하 기구 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영어는 기본이고 다른 외국어를 하나 더 준비해야 해요. UN 인턴을 한 사람들 중엔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사람들이 많아요. UN에서 인턴을 한 해룡당 선배에게 조언도 들어봤지만 아직 2학년 1학기라 구체적인 생각은 없어요.
 
-패션도 그렇고 수강과목도 그렇고, 예술적 감각이 있으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공부한다고 중학생 때 접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잠깐 특별활동을 했었는데 유화를 그려서 전시회도 했죠. 그림, 회화 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요즘 <현대미술의이해> 들으면서 미술 장르도 굉장히 다양하단 걸 알았어요.
 
-오늘은 몇 시까지 여기 있을 계획인가.
목표는 해 뜨기 전에 과제를 끝내는 거예요. 해룡당에서 공부하다 배고파서 학술정보원 내 편의점에 가려고 왔는데 청소중이라 기다리고 있었어요.(웃음) 어제도 과제 때문에 밤 샜는데 오늘도 샐지도 몰라요.
 
 
 
  시험기간이 끝나도 도서관을 떠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봤다. 남녀노소 전공을 불문하고 그들은 도서관에 남아 자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티는 내지 않더라도 분명 그들은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있으리라. 도서관에 남게 된 이유가 어떻던 기자는 시민K의 그런 대학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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