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학생들의 자취방 현실은 꽃 한 송이 차지할 틈이 없다. 물리적인 공간일 수도 있겠지만 방 분위기를 화사하게 해줄 그 흔한 화분하나 들여놓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비록 몇 평 남짓한 원룸에 불과하지만 자취방은 대학생활을 지탱해줄 힘을 충전시키는 나만의 공간이다. 이왕 사는 것 좀 더 쾌적하고 멋진 공간이라면 삶의 만족감도 100% 충전될 터. 경제적, 시간적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누구나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가 뜨고 있다. 
▲ before  일반적인 자취방 내부 모습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아이보리색 벽지는 포인트가 없어 밋밋한 느낌을 준다. 수납함에는 가리개가 없어 옷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지저분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색감에 통일감이 없고 단조로운 분위기다. 무엇보다 방 이곳저곳 정리가 안 돼 있어 산만해 보인다.
 
▲ after밋밋했던 벽지에 스크랩한 사진들을 붙임으로써 좀 더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수납함 또한 가리개를 만들어 덮은 후 위쪽에는 화병으로 장식해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단조로웠던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만든 조명으로 따듯한 빛이 감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데다가 좀 더 활기를 찾은 모습이다. 사진 서지영 기자
 
인테리어의 첫걸음은 정리에서부터
미련없이 버리는게 가장 좋은 정리법

곰팡이 꽃이 장식하던 내 방
셀프인테리어로 개과천선 
 
  2012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한 사회대 A학생은 부푼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햇살이 비치는 큰 창, 소위 ‘깔맞춤’된 벽지와 아늑한 조명. 독립과 함께 시작된 자취생활은 A학생의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A학생의 환상은 현실을 만나 와장창 깨져버렸다. 자취방의 현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달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 꾸미기는커녕 청소만 잘해도 다행이다. 여름이면 비가 새는 바람에 천장엔 곰팡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처음엔 처량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마저 익숙해진 고학번이 되었다. 게다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비롯한 물건들이 집안에 쌓이기 시작했다. 혼자 쓰기엔 충분할 줄 알았던 공간이 발디딜 틈 없이 좁아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A학생처럼 자취하는 대학생에게 집을 꾸민다는 생각은 시간과 경제적인 이유로 언제나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자취방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누구나 쉽게 하는 셀프 인테리어는 큰 비용 없이도 집 가는 길이 즐거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자취방의 숨은 1% 가능성을 찾기 위해 기자들은 인테리어 고수들을 찾아 나섰다. 다만 자취방에 사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보다는 숨은 고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눈높이 전략에 맞게 연락을 취한 실내디자인전공 학생들과 파워블로거에게 기자들은 몇 가지 규칙을 제안했다. ▲총 예산이 5만 원 이하일 것 ▲가구 배치는 그대로 둘 것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일 것이었다. 그렇게 입주할 때의 로망을 되찾기 위한 좌충우돌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가 시작됐다.
 
  인테리어의 첫 단계는 정리정돈이다. 인테리어 전문가들도 기자가 보낸 집안 사진을 보고 무엇보다 정리가 먼저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민망한 나머지 청소를 시작했지만 여간 할 일이 많은 게 아니었다. 일단 수납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납공간 부족은 자취방의 고질적 문제다. 방을 가득 메우는 갖가지 옷들을 깔끔하게 정리만 해도 인테리어의 출발은 가벼워진다. 
 
  먼저 계절이 지난 옷들은 압축을 해서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잘 봉한 다음 침대 밑 공간으로 넣거나 행거 안쪽에 쌓아뒀다. 블로그 ‘집꾸미기 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승희씨는 “정리하는 데 수납의 원칙은 없다”며 “싱크대 밑부터 침대 밑까지 모든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옷걸이를 통일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옷걸이가 차지하는 부피가 줄어서 좀 더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면 인터넷에서 바구니나 박스를 구입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정리하던 중 기자가 모르는 사이에 동거 중이었던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거미가 나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책상 역시 시험기간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했다. 손이 자주 가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나눠서 정리했다. 두꺼운 전공 책부터 얇은 잡지책까지 우후죽순으로 늘어져있는 책들은 크기별, 두께별로 나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이승희씨는 “버릴 것들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며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려야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렇게 셀프 인테리어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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