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이야기’에서는 외국인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와는 다른 외국의 문화를 보여주려 합니다. 뚜렷한 진로계획을 갖고 취업을 준비하는 세 명의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제각기 자신만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는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세 학생이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길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영인을 그리는 트렁, 어려운 나라에서 사람들을 힐링해주는 상담사를 꿈꾸는 주. 중앙대란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들은 서로 다른 취업문화 속에서 각자의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

 
  -전공 선택 과정과 현재 계획 중인 미래가 궁금하다.
  트렁 가족 대부분이 개인 사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경영인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지만 여건이 된다면 나도 언젠가 개인 사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다국적기업의 인사팀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과도 잘 맞을 듯하고 다국적기업에서 세계를 무대로 일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상담사로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학교 강사가 목표였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상담사가 내 성격과도 더 잘 어울려 상담사를 꿈꾸게 됐다.
  길림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금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 후에는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살려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웹사이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기도 하는 한국학생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트렁 실제로 미국 학생들의 절반은 비슷한 이유에서 전공을 선택한다. 유명한 대학을 졸업하면 이력서 자체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학점이 낮아도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면 취업이 쉽게 되는 게 현재 미국의 취업현실이다. 
  길림 프랑스 학생들은 대학의 이름보다는 적성을 더 중요시한다. 프랑스에도 몇몇 명문대가 있긴 하지만 학교의 이름보다는 가고 싶은 전공에 따라 진학할 대학을 결정한다. 인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대신 인문학적으로 강한 대학에 간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학업성적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수능성적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대학에 지원하곤 한다.
 
 
  자신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있는 세 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꿈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들이 자신의 장래에 확신을 갖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을지 궁금했다. 탄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프랑스를 중심으로 비교해본 각국의 진로교육에서 색다른 모습을 확인해봤다.
 
  -중·고등학교 때 진로교육이 이뤄졌나.
  길림 프랑스에선 중학생들이 일주일간 자신이 일해보고 싶은 직장을 체험해 본다. 한때 생물학에 관심이 있던 중학교 시절의 나는 혈액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일하는 현장을 관찰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컴퓨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돼 한 달간 프랑스 삼성전자 수리점에서 직업교육을 받았다.
  트렁 미국은 프랑스처럼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생활 경험을 쌓아간다. 대학에는 중앙대처럼 취업지원센터가 있어 취업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자국 학생들은 진로를 언제 결정하는 편인가.
  트렁 미국 학생들 중 절반은 중학교 때 찾은 꿈을 향해 전념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 대학은 학년과 관계없이 전과가 가능해 전공 선택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전과를 하게 되면 졸업이 늦어지는 건 당연사다.
  길림 프랑스 대학의 대부분은 종합대학이 아닌 단과대여서 전과를 하고 싶다면 대학을 바꿔야 된다.(웃음) 진로를 정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른 건 미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어릴 때부터 진로를 찾은 사람도 있다.
 중국 학생들은 대학교 3,4학년 때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에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신의 미래 직장을 결정한다. 중국에서 대학은 꿈을 찾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기보다 취직을 위한 직업훈련소 같은 느낌이다.
 
 
  각국의 진로교육이 다르게 이뤄진 만큼 각국 학생들이 취업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의 차이도 분명했다. 한국 학생들이 안정성이나 기업의 네임밸류를 중요시하는 반면 미국과 프랑스 학생들은 적성을 고려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각국 취업준비생들의 ‘스펙’과 취업 트렌드도 한국과는 달랐다. 
 
  -한국에서는 어학성적이나 학점, 대외활동 같은 ‘스펙’이 필요한데.
  트렁 미국 대기업에서는 학점이나 인턴십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건 역시 면접이다. 학점이 좋지 않아도 면접에서 강한 인상을 심는다면 합격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인턴십 경력은 지원자의 끈기를 보기 위한 평가에 활용된다. 미국은 조직생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단기 인턴보다는 1,2년간의 장기 인턴 경력이 가산점으로 작용한다. 대학에서는 학과차원에서 다양한 인턴십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잡지사 인사팀에서 한 학기 동안 일을 했었다.
  길림 프랑스 기업체는 지원자만의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생활을 통해 인생관이 바뀌기도 했는데 타지 생활이 내 인생과 주위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학업적인 면보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진 것 같다.(웃음)
  요즘 중국학생들은 다국적기업을 특히 선호하는 분위기다. 다국적기업이 해외 업무가 잦은 만큼 기업 차원에서 영어실력을 많이 요구한다. 그렇다보니 공인어학성적은 중국학생들이 갖춰야 될 ‘스펙’이 됐다.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길림 프랑스 학생들은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선호하는 회사가 다르다. 대기업은 연봉이나 복지혜택이 좋은 반면 근무의 강도가 다소 강하다. 대기업에 취직한 프랑스 친구들과 대화해보면 근무환경은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트렁 한국과는 달리 모두들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경제위기를 겪긴 했지만 아직까진 중견기업도 굉장히 높은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 
 
  -자국의 취업시장은 안정성이 보장되나.
  길림 고학력자만 취직이 잘 된다는 점이 현재 프랑스의 문제다. 고학력자가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웃긴 건 프랑스에는 일정 학벌 이상이 되면 나라에서 정해준 연봉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법이 있다는 것이다. 학벌이 너무 좋은 초고학력자가 오히려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웃음)
  트렁 미국은 2008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며 취업난이 더 심화됐다. 인구수에 비해 취직이 가능한 일자리 수가 너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언제든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중국에는 외국계기업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났고 취직도 비교적 쉬워졌다. 한국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편이지만 실업률은 아직도 많이 높다. 최근에는 창업을 하는 게 트렌드로 떠올라 친구들 중 절반은 개인 사업을 하더라.
 
  -한국학생들은 취업을 할 때 안정성을 많이 고려한다. 연봉과 적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길림 프랑스에서는 적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나도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인 책임이 생기면 좀 더 현실적인 여건을 따지게 될 것 같다.
  트렁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경제성과 적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론 힘들다. 일을 할 때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개인적인 적성과 맞으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려 한다. 하지만 요즘 중국학생들은 대부분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트렁 전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환경 속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내 꿈이다. 그러려면 먼저 그만큼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겠지.(웃음)
  길림 개인 사업을 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내 능력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튀니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북아프리카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한데 그곳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려 한다.
  중앙대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어려운 곳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다. 중국의 농촌에서 상담사를 하며 아버지교육, 자녀교육, 부부교육 등의 가족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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