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현대를 입고 문화를 담다
  • 김경림 기자
  • 승인 2014.04.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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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DDP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사진 서지영 기자

공연과 전시 보따리

문화를 내뿜는

동대문

디자인 종착역으로 가다

 

학창 시절에 그리던 상상화에는 해저도시와 우주 세계가 단골로 등장했다. 아이들은 해저터널 밖으로 큰 고래를 보거나,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우주선에 타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바람을 현실로 옮긴 장본인이 바로 건축가 자하 하디드다. 건축을 할 때 자연물을 고려하는 그녀는 각진 건물 대신 유선형 건물을 동대문에 옮겨놓았다. 바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그것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서면 우주선과 고래가 연상되는 건축물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한 유선형 건물에 입이 쩍 벌어진다. 건축물의 밑에 서 있자면 입을 벌린 고래같은 모습에 누구라도 압도당하고 만다.


  단 한 장도 같은 것이 없다는 45,133장의 알루미늄 타일이 빽빽이 박힌 고래.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디자인전시관’의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겉과는 대조적으로 온통 하얀 세상이다. 마치 영화 <미트 데이브>에 등장하는 꼬마 외계인들의 조종실 바깥 풍경 같다. 그들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 인간을 조종한다. 디자인전시관 건물의 내부 역시 1층부터 3층까지를 연결하는 ‘디자인 둘레길’이 우주선의 조종실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바닥이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상하좌우가 경사가 져 있는 구조다. 아무것도 없는‘공간’에 멍해져 어딘가에 홀리듯 걸어 올라가다보면 ‘간송문화전’을 만나볼 수 있다.


나라를 지키는 문화의 힘, 간송문화전
간송 전형필은 스승인 위창 오세창을 만난 뒤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화가였던 그는 골동품 수집가가 되어 일본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유물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다. 그의 업적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상감청자를 지켜낸 것이다. 피난을 갈 때도 훈민정음을 품에 안고 있던 그는 유물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용, 오리, 원숭이, 기와 모양으로 빚어낸 연적은 당시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만드는 일 자체에 집중을 하던 그들은 일과 작품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기계가 뭐든 찍어내는 현시대의 문물도 장인들의 붓질과 칼질, 자연을 생활도구에 담아내는 세심함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다.


  간송전의 또다른 묘미는 풍속화에 숨어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스크린은 그림 전체는 물론 작가의 섬세한 붓터치부터 그림속 인물의 붉은 뺨까지 보여주고 있다. 돋보기로 비춰보는 듯하다. 
 

  행여나 여인의 밤길이 무서울까 등불을 손에 든 선비는 연인에게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장옷 속에 표정을 감춰보지만 여자의 눈이 수줍게 휘었다. 달도 져가는 밤, 담벼락 앞에 선 두 사람의 모습이다. 그림 전체에 감도는 은은한 옥빛이 낭만의 깊이를 더했다. “달빛 침침한 깊은 밤중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는 글귀에서 연인과 동화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단원 김홍도와 함께 풍속화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화가 혜원 신윤복.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기생의 몸짓이나 옷의 색감이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보았을 것보다 고운 것 같다. “이렇게 여자를 잘 그려내니 화가가 여자라는 의심도 받지.”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에게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30년이 지난 후에도 해동명화집을 얻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해동명화집에 수록된 그림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신사임당의 ‘포도도’도 있다. 포도의 알이 선명하게 매달린 모습이다. 조영석의 ‘현이도’에는 갓을 쓰고 부채를 움켜쥔 선비들이 자리를 펴고 장기를 두고 있다. 허허 하고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서 시중을 부리는 양반으로서의 여유가 묻어난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은 바다의 파도나 산의 골짜기를 촘촘하게 표현했다. 얇은 선으로 그려낸 사람과 동물도 그림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의 모든 것을 말하다
  디자인전시관 1층에서는 <스포츠디자인전>이 열린다, 이제는 스포츠도 디자인을 입었다. 운동복이나 기구는 기능이 우선이지만 이제 디자인은 어느 분야에서나 기본이다. 스카이다이빙, 산악 자전거, 스쿠버다이빙은 개척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스포츠다. 하늘, 산, 바다라는 대자연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장비들에서 미지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운동복들을 지나 옆칸으로 자리를 옮기면 레이싱카와 카누, 글라이더를 볼 수 있다. 역시 인간의 욕구를 따르는 활동의 연장선이다.
 

  인간은 자연에 도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극단의 분출구가 바로 올림픽이다. 이상화 선수가 입었던 빙상복과 올림픽 선수들의 열정을 담은 3D 애니메이션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포츠 영웅들에게 영감을 받은 작가들은 작품에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담았다.


  이간수 갤러리에서는 독일의 디자인 전문 대학인 <울름디자인과 그 후>전시회가 열린다. 울름조형대학의 교육과정과 교육철학을 소개하는 전시다. <앤조 마리전>의 작가 앤조 마리는 배, 사과, 토끼 같은 자연물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기에는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이너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자하 하디드 360°전>에서는 상상력을 생활에 녹여낸 자하 하디드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다. 이상을 꿈꾸기를 꺼리지 않았던 그녀는 꿈을 일상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발견된 유물을 보존해 놓은 어울림광장의 유구전시장은 건물 전체에서 느껴지는 미래에 온 듯한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도록 자리매김했듯이 DDP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가치와 옛 가치가 상생하도록 의미 있는 전시가 담기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관람정보

기본운영 : 10:00 ~ 19:00
연장운영 : 10:00 ~ 21:00(수,금)
휴관 : 매주 월요일

DDP 개관전 통합입장권 : 9,000원(간송문화전 제외)
간송문화전, 스포츠디자인 : 8,000원
자하 하디드 360°전, 엔조 마리 디자인 : 4,000원
울름디자인과 그 후 : 2,000원

도슨트 투어
-간송문화전 : 평일 4회 진행
11;30, 14:30, 15: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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